'2016/11'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6.11.12 -
  2. 2016.11.11 'we are young'
  3. 2016.11.11 wires, like tree branches.
  4. 2016.11.11 이태원
  5. 2016.11.11 트럼프 라니.
  6. 2016.11.06 sunsets, korea 2016.
  7. 2016.11.06 .
  8. 2016.1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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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미국선거결과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생리통도 겹쳐서

무기력+통증+불안감 (당직, 언제 누군가에게 전화 걸려올지 모른다는 강박) 이 겹쳐

주말인데도 콘디션이 좋지 않다.

어제 레지스트라의 일을 체크하려고 아침 일찍 일곱시 전부터 깼다.

사실 자다가 배가 너무 아파서 한두번 깨고 파나돌도 벌써 두알 먹었고.

아홉시가 되기 전에 열개 남짓의 리포트를 체크하고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아직도 내가 제일 단골로 들어가는 트위터는 

미국인들 또 여기 사람들의 분노- 좌절 - 슬픔 -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아직 많이 표출되고 있고

거기에 더해 각종 인종차별 난동을 부리는 놈들의 경험담들

정말 더 이상은 못 읽겠다.

그래서 좀 떨어져 있어야 겠다.

그렇게 침대로 돌아가 몇시간 잠을 잤다.

그런데 꿈도 좋지 않다. 그리고 너무 더운, 습한 오늘 같은 날은, 꿈도 잠의 질도 좋지 않는게 당연.



음악도 틀지 않고 티비도 틀지 않고

뭘 넷플릭스에서 보고싶지도 않다.

그냥 아직도 끝내지못한 책 (the people in the trees - hanya yanagihara)를 읽고 있고

그게 끝나면 이번 한국에서 사온 책들을 시작해야지.

영화도 조금도 괴롭거나 힘든 내용이 없는 오직 따뜻하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것들만 있는 그런걸 보고 싶다.

메마르고 우울하고 다운되 있는 감성을 위해.



이번주는 그애의 생일이다.

그런데 그애의 부모님이 걔를 보러 오셔서

나는 걔를 보지 못한다.

뭐 괜찮다.



사실 오늘 아침 꾼 꿈은, 그애와 다투는 꿈이었다.

확실히 걔였는지, 아니면 걔를 대표하는 어린애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튼 누군가와 호텔 방안에서 내내 말싸움을 하는 

나는 걔를 계속 잔소리하는 엄마처럼 재촉하고, 걔는 계속 애 같이 투덜거리는

그런 꿈.

이게 바로 우리 사이에 대한 나의 우려 그리고 악몽인데.




괜찮다.

혼자여도.

항상 그래왔으니.

그렇게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we are young'










i am not sure why,


but i think this is my favourite photo from this trip.



wires, like tree branches.









서울의 전봇대와 전깃줄은, 

꼭 나무와 나무가지 같다.

오히려 도시를 더 운치있게 해주는.



이태원









이태원,

경리단길.

서울에서 가장 즐거웠던 날들은

며칠 없었지만

그 중 하나였던.



트럼프 라니.




삼십몇년 살아오면서 이만큼 정치 때문에 깊은 우울함에 빠진 건 처음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그 자체도 믿기지 않고 괴롭고


그렇게 그를 뽑아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그게 오히려 더 큰 실망과 좌절의 원인.


그렇게 수요일 오후 내내 우울했고

'재밌는'걸 봐도 웃음이 하나 나지 않았고

목요일 쉬는 날도 내내 굳은 얼굴, 침대랑 소파에서 fetal position으로 구르고 있었다.

오늘에서야 조금 다시 기운이 났지만

트위터에서 지난 몇주간 몇달간 팔로우하던 미국 정치 전문가들 혹은 저널리스트들을 다 언팔했다.

이제 더이상 조금도 듣거나 읽거나 보고 싶지 않다.

한동안은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마냥 가벼운 삶을 살고프다.



sunsets, korea 2016.







서울, 한강. 택시 안에서.




남해 어딘가.




남해, 숙소에서.




부산, 투어버스 안에서.



서울 근교 어딘가, 역시 투어버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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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에서 석양을 많이 봤는데

대부분 차 안에서였다.

아주 예뼜던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어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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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이 상처 입고 

눈물뚝뚝떨어뜨리며 운전하고 집에 오는 길

사진보다 훨씬 더 예쁜,

핑크빛구름이 하늘을 뽀송뽀송한 이불 처럼 깔고 있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그 아름다움에 작아질 수 밖에 없었던.





...




가끔은, 

내가 가진 모든걸 줄수 있을것같고, 아니 주고 싶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라는 맘이 드는 행동을 하면

산산조각이 나고

이성적이지 않다는 거 알면서도 

눈물샘이 터진다.


이 애를 만나면서 눈물이 많아졌다 - 

아니, 오랜동안 잊었던 우는법을 다시 기억해낸 듯하다.

시도 때도 없이 눈망울에 눈물이 고이고

뚝뚝 떨어지고

가끔은 꺼이꺼이 울기까지 한다.

혼자 차 안에서 걔 생각을 하다가

또는 그냥 걔와 눈을 마주하고 평온하게 앉았다가도.


처음에는 고마움, 감동, 아련한 것 그런것에서 오는 눈물 이었고

문득 '이런 행복감, 얼마나 갈까. 언젠가 곧 우리는 어차피 헤어질텐데' 하는 비관적 아니 지극히 너무 현실적인 생각 때문에 드는 눈물

그리고 가끔은 '자기가 말하는 것처럼 나를 사실은 그다지 좋아하거나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들게, 사소하지만 상처받게 하는 행동이나 말을 할때

갑작스럽게 내 감정은 그렇게 반응하고 내 눈물샘은 그렇게 요즘 바쁘다.



그 애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 라는 하이나니즈치킨라이스 - 나도 매우 좋아하는 말레이시안요리 - 를 만들었다.

장장 3시간을 걸쳐, 내게는 좀 여러모로 뭐가 많았던 쿠킹 프로세스 였는데

결과는 꽤나 맛있었다는 것. 

사실은, 얼마 후면 오는 걔의 생일날 밥으로 해 주려는 마음이었는데

처음 해 보는 거라 우선 한 번 연습 겸 해 본 거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좀 버거워서 또 하기가 좀 그래,

아예 오늘 가져다주자 하고 맘 먹었다.

누가 알았을까 - 나같이 이기적인, 남한테 뭐 잘 안 해주는, 사람이 30분 거리 운전해서 가야 하는 곳에 사는 애한테

음식 배달을 하고 있을지.

나도 믿기 힘든 짓이니.


나도 누구한테 뭘 주는 것, 해 주는 것에서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얘를 만나고 깨달았다.

아마, 그저 주고픈 사람을 못 만났었던 것 뿐. 



그러나 가끔씩 내가 주는 만큼의 사랑을 되돌려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금세 상처받고 자기 방어에 바쁘다.


언제쯤 나도 좀 더 온전한, 순수한, 댓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 같은 걸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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