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나니 무슨 연인사이같다.
그런 사이는 아니였지만.
내게는 참 고맙고 의리있는 친구였는데,
9년간이나 알고지낸 내 넘버 투가 지방으로 간다.
오늘 저녁을 마지막으로, 이제 간다.
나는 선물을 잘 안하지만
녀석에게는 뭔가 해야할거같아
디지탈 포토 프레임을 샀다.
그리고 지난 몇년간 찍은 사진들중 웃기거나 잘나온 애들 사진들을 추려 약 50장을 올렸다.
아무리 친했어도 자주 보지 않으면 멀어지는데
얘랑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녁을 먹고 나서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바닷가나 갈까? 하고 근처 바닷가를 찾았다.
나랑 놈은 지난 몇년간 자주 이렇게 바닷가에 가곤했다.
서로 기분이 좀 울적하거나 뭔가 바람을 쐬고 싶을때
걔 차를 타고 가까운 바다에 가서
별말없이 그냥 걷곤 했다.
딴애들하고는 그런적이 거의 없는데
얘랑은 편하게도 그렇게 갔었다.
'야 너가 가면 누가 나랑 이렇게 바다에 와주냐?'
'음, 니 미래 남편?'
'치 그거야 당연한거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부드러운 하얀 모래를 맨발로 밟으며
그렇게 마지막 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