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생각이 꼬리물어.




느즈막히 퇴근하는 길,
아이포드에서 랜덤으로 나오는 곡은
자전거탄 풍경의 '어머님께'.



언제 들어도 구구절절하다.
아주 클리셰 범벅의 센티멘탈 가사이지만
보칼도 그렇고 통기타도 그렇고 편곡도 다 어우러져 싸-하게 해주는 노래.



이 노래를 어서 구했지?
하며 옛날 생각에 빠진다.
대학때, 기숙사에 같이 살던 나이 많은 아저씨라고 불렀더 오빠의 컴퓨터에 있던 노래를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 괜찮네?'하고 카피했었다.
그렇게 건진 분들이 자전거탄 풍경, 그리고 미선이.



시원히 불어오는 바람이 좋아 창문을 내리고
누가 들어도 상관없어 라며 크게 따라부르고 있었다 나는.



그때는 기숙사에 수많은 이들 곁에 살아야 하는게 싫었었다.
항상 사람과 맞딱뜨려야 한다는것, 의미없는 소담을 나눠야 한다는것 등등.
지금도 혼자 살아 얼마나 좋은지 예찬하고 다니는 나지만
대학교 이후 훨씬 나는 고갈되온거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격자체도 아 이런게 아닌데, 할만큼 너무나 모나져있다.
원래 다니는 병원을 떠나 3개월간 소아병원을 다니는 요즘,
평소 보는 사람들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 앞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보이는 내 자신의 모습을 봤을때
더욱 크게 그것이 느껴진다.
언제부터 이것이 그냥 재미로 하는것이 아닌 너무 자연스러운 퉁명스러움이 되었고
웃기가 이렇게 힘들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차갑고 딱딱하게 대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예전에는 학교 친구들을 웃기려고 놀래키려고 그랬던거같은데, 언제부턴가 그게 완전히 내 것이 되었다니 - 내가 콘트롤하기 아주 힘든 무의식중반응이 되었다니...
내게 놀라고 자책한다.



친구들을 만나면 하는 얘기는 항상 정해져 있다.
병원에서 있었던 일 - 다른 의사들 간호원들 기사들 환자들 이야기.
그게 우리 삶의 완전 메인 포커스가 되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가끔 너무 그립다.
그냥, 마음의 이야기를 할 수있었던 때가.
그랬던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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