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bid i know, but.







혼자 살기 시작할때부터,

아니 친한 친구들과 같은 병원을 다니던 인턴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그 이후 다들 뿔뿔이 다른 곳으로 흩어지면서

가끔씩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게 혹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내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떻게 됬을때 혼자 사는, 가족이 곁에 없는 나는, 내가 그렇게 된걸, 세상은 언제 어떻게 알지? 이런 망상들.

친구들은 그다지 가까이 살지도 않고, 우리는 서로의 주소도 자세히 잘 모르고, 우리 다 비슷한 스타일이라 매일 연락하는거랑은 거리가 멀어, 며칠 가끔은 몇주가 지나도 통화나 이멜이나 문자를 주고받지 않는터라 말이다.

징그럽고 처참한 생각일지는 모르겠으나, 현실적으로 있을수 있는일.

물론 우리에게도 직장은 있고, 그들이 '어 왜 안나왔지?' 정도는 궁금해 할 수 있으나, 그들이 나를 찾으러 집에 오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 망상들이 요 근래에 와서는 좀 덜했는데,

지난 며칠간 다시 훅 빠졌다.

친한 친구가 남친과 헤어지고 또 막 슬퍼하고, 자기 엄마가 자기 걱정을 해서 다니러 오려고 한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그녀가 며칠간 연락이 되지 않으니까 - 이메일도, 문자도, 페북도, 왓츠앱도, 결국은 내가 극히 꺼리는 전화통화도 시도해봤으나 다 묵묵부답 - 갑자기 걱정이 마구 마구 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우울증도 없고 죽음에 대한 환상도 평소에는 없어 보이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혹시나 혹시나 해서 자꾸 걱정이 되어 결국,

딱 한번 밖에 전에 만난 적 없는, 딴 도시에 사는 그녀 언니에게, 그리고 또 한명, 안면만 조금 있는 그녀의 직장 선배 에게 페북 메세지를 띄웠다 혹시 근래 연락 좀 했냐고.

다행히 그중 선배가 답장을 한시간도 안 되어 보내와서, 오늘 자기 수술 도와줬다고 별일없어 보이더라고 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그 친구는 그냥 나한테 뭔 이유이던 삐졌나 보다.

여튼 그녀가 무사하다니 안심.





고양이를 키우지는 않으니까

갑자기 돌아가도, 고양이에게 먹힐 일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