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usual, all good things must come to an end.






PMS 가 오려면 아직 이주 정도 남았는데,

오늘 눈물을 엄청 흘렸다.

꺼이 꺼이 운 건 아니고,

그냥 아주 갑작스레 뭔 생각이 들거나, 글을 읽다가 갑자기 눈에서 왈칵 눈물이 떨어진다.

왈칵, 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바보같기 그지 없다.

20대 중후반 내내 이런 마음 가질 기회 (!) 한 번 없었는데.

왜 지난 몇달간 이런 감정기복을 겪게 됬는지.

인터넷은 무서운 곳.




바로 어젯밤, 

이제껏보다 가장 직접적으로 애정표현을 했었는데

오늘은 다시 후회가 몰려 왔나보다.

그러나 그 아이의 맘은 이해한다.

나를 상처받기 하지 않게, 자기 자신도 그러지 않기 위해 하는 말이니까.

누구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우리는 성사될 관계가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는 느낌에 얼마간 익숙해져왔고

또 근래에는 급격히 그 마음을 돌려주고도 있었기에

그걸 포기하고 내려 놓아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좀 아픈건 어쩔수 없는 일.




그 아이는 너무 심히 어리다.

내가 남자고 그 아이가 여자였다면

남들이 조금 의아하게는 봐도 그 이상 범죄자식으로 보지는 않겠지만

그 상황이 반대인 이 경우, 사회는 우릴 절대 곱게 보지 않을터.

사회 뿐만이 아니다.

사실 내게도 납득이 안되니까.

나는 결혼을 하고도 남을 나이, 애를 어서 낳아야 내게도, 아이에게도 좋을 나이,

그 아이는, 아직 그런 것들 생각할 나이가 아닌 나이.

불가능한, 현실이 그렇다.




그치만 우리는 정말 죽이 잘 맞았다.

유머 코드도 비슷하고, 성질이 심히 내성적인 것도 비슷하고, 

지능도 비슷하고, 

여러가지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눴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말 - 특히 영적인 것에 대한 것들, 신학에 대한 교회에 대한 그런 것들 까지

내 베프라고 하는 애들에게도 하지 못하는 많은 말들까지도.

거의 매일 밤 우리는 인터넷상으로 그렇게 스마트폰을 톡톡 거리며 

통하고 있었다.




우리는 실제로 만난건 두번뿐이다.

두번 다 다른 한 친구와 같이 였고,

내게는 전혀 그가 그냥 아이 이상으로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런 그애가 날 내내 사모하고 있었다고 말했을때 

조금은 놀랐던.

약간의 촉은 있었지만 그냥 곧 사라질 작은 마음이겠지 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

아마 처음 그랬던 건 그 아이가 나를 맘에 두고 썼다는 곡을 들은 때였을거다.

미국에서 시차로 며칠간 잠을 못자고 힘들어 하고 있을때

자장가로 들으라고 만들었다고

기타로 10여분이 넘는 곡을 들려줬다.

눈물이 났다. 

감동 비스무리한 감정, 또 그 이상의 뭔가 따뜻한 마음.

아무 바램없이 좋아해 주는 마음이 예뻤다.




그러나 아무래도 내 맘이 그쪽으로 가면서

나는 바라길 시작했던거같다.

그냥 사모해주는 마음 이상의 것들을.

그저 사랑을 위한 사랑을 하기에는 나는 너무 늙었으니까.

그게 그에게 부담이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내내 해 왔던 말 - 자기의 사랑은 턱없이 부족하고 자격없는 사랑이라는 말 - 이

더더욱 현실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좋은 것에는 끝이 있듯이,

그 끝이 왔나보다.

눈물이 계속 나온다. 

며칠 가면 다 사라지겠지.





지금은 그냥 

그가 내게 준 곡을 연달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