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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변하는것도 사람의 마음이던가?
고작 며칠만에
뜨거웠다가, 다시 냉동고만큼 차갑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그쪽에서도, 이쪽에서도.
특히나 서로에 대한 육체적 친밀함이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더 쉽게 없어지는, 꺼지는 거겠지.
인간은 동물이기에,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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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말했던 시나리오 중 하나가 맞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지네들의 사랑게임에 사용된 도구였는지도.
간사하고,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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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항상 실패와 실망에 대한 예상으로 가득찼던 내 비관적인 성질때문에
다행히 크게 고통을 받고 있지는 않다.
그 하루, 이틀 정도 좀 그러다가
곧 생각에서 지우게 됬다.
그 특정인과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것 자체는 크게 실망할 일도 아니나,
내 눈에 눈물을 담게 한 건 그후 밀려드는 다시금 올라오는 내 만성적 두려움 - '나는 결국 사랑받지 못할 인생, 운명이구나' 라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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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내 업보라면, 어쩔 수 없는.
그냥 털고 일어나자.
잊자.
나는 기억하고픈 것만 기억하는데, 재주가 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