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사람들과 얘기 하는것, 장난치는것, 그런 것에 중독되어서
요즘에는 거기에 가장 많은 머리를 쓰는 것같다.
글도 잘 쓰지 않고, 블로깅도 잘 안 하게 되고, 아빠 엄마에게 이메일을 한지 한달이 거의 다 된다고 한다 (오늘 통화중 아버지가 그러시더라; 니가 마지막으로 보낸 이메일이 6월 9일 이었대나... 귀여운 아버지 같으니라고).
요즘에는 그런 쓸데없는 트위터질(?!) 하느라 눈이 아플때까지 늦은 시각에 자는 경우가 많고 - 물론 나야 평소 늦게 자는 편이라고는 하나 -
이런 내 모습이 딱히 좋지는 않다는 걸 직감은 하고 있지만 역시 나쁜 버릇들이 다 그렇듯 떼기 힘들다.
중독, 저번에도 얘기했듯이 약간.
특히 언제부턴가 어떤 남자사람과 썸(...까지는 아니고 그냥 장난삼아) 비스무리한걸 타고 있어, 거기에 재미를 붙였다.
실제 내 삶에 없는 뭔가를 충족해주고 있다고 해야 하나.
남자사람의 관심이라, 그것이 전혀 현실과는 동떨어져있는, 웃기는 것이라고 해도, 순간은 즐기게 되는 나도 인간인걸.
왜냐하면, 시간은 그냥 그렇게 빨리 빨리 지나간다는 것이다.
벌써 반년이 지났다.
월요일로 일주일이 시작되고, 하루 하루 견디다 보면 금요일이 오고, 주말은 내 것으로 정신줄 팍 놓고 쉬거나 놀고,
그러면 다시 한 주일은 시작되고 있는 것.
일은 그냥 그렇게 매일 지나가고, 퇴근 후 내 삶은 항상 그렇듯 그렇고,
새로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그저 환자들 뿐. 그들은 내게 의미있는 만남들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되고),
병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반응은 아직도 그냥 '끙....'인 경우가 태반사.
뭐가 변화될 궁리가 안 보인다는 것.
지난 주는 내가 고대하고 고대하던 영화 두편을 연달아 봤다.
love & mercy, 그리고
far from the madding crowd.
주일날 날을 잡아 아침 세션, 그 직후 점심 세션 해서 봤는데,
둘다 맘에 쏙 들었다.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원하던 만큼 족했다.
늙은이들이 많이 가는 인디 시네마였는데다가, 두 영화가 막 개봉했고, 주말 이른 세션이었고, 저 두번째 영화는 특히 토마스하디의 고전을 영화로 만들어서 그런지,
노인들이 정말 많아, 거의 꽉 찼다.
영화를 혼자 보는 내게 좌우가 다 노인네들로 꽉 차 보는 영화는 좀 탐탁치 않았지만, 어린 십대 옆에 두고 보는 것보다는 그나마 조용하고 점잖아 다행인가...
여튼, love & mercy는 음악이 아름다웠고 (지난 주 내내 good vibrations를 허밍하고 있는 날 발견했다는...) 애절하고 고뇌에 쌓인 표정의 마스터인 paul dano는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남녀간의 사랑이 모든걸 해결해준다는 쉬운 해답은 없다는 건 알지만, 그렇게 믿고 싶어지는 마음을 주는 건 나쁘지 않은 메세지.
far from the madding crowd - 내용이야 뭐 뻔하다거나, 많이 봐온 그 시절 이야기 이지만, 캐리 멀리간은 항상 그렇듯 믿을 만한, 아주 아름답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히로인이었고, 나는 그저 한국 드라마에서 모든 남자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여자주인공에 몰입하듯 그녀의 캐릭터에 몰입만 하면 되는 그런 영화였다.
몇주후 콘퍼런스를 들으러 지방에 가는데,
그 도시에 그 남자 사람이 산다.
그 사람 이외에도 내가 트위터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애들 몇몇이 또 사는 도시.
진짜로 만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