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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들, 무더운 그런 날들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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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몸이 고생이 많았다.

막 일주일 연말연시 휴가에서 돌아와 아쉬운 맘을 이끌고 일로 돌아갔는데,

일은 무지 바쁘고, 월/화/수 다 8시즈음에야 퇴근하는건, 내게는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이었고

게다가 1월은 호주에 테니스 경기 풍년이 있는 달이라, 매일 저녁 너무 재밌는 테니스경기를 봐야 한다는 집념으로, 잠도 늦게 잤기에

정신이 헤롱헤롱했다 정말.

나이가 드니 이제 하루 5시간밖에 못자고 그 다음날 제대로 정신을 차리는 일이 참 힘들다.

서른이 되면 매해 다르다고 하는게 뼈저리게 느껴지는.

게다가 이 더위. 사람 지치게 하는 이 더위.

여튼, 주말이라 눈물나게 기쁘다.

요 이틀도 에어콘과 친하게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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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yl strayed의 wild를 너무 잘 읽고 나서

into the wild를 읽으려니, 좀 임팩트가 덜하다.

아무래도 자기 얘기를 쓴 것과, 

벌써 죽어버린 청년, 만나본적도 없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를 만난 사람들 혹은 친구 친척들과의 인터뷰나 그런 조사를 통해 알아낸 정보들로 엮어 나가는 것은 차이가 나는건 당연하지만.

그 차이는 크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고, 쉽게 읽혀지는 건 그렇지만, 감정 이입은 전혀 다른.

여튼, wild 영화가 너무 기다려진다. 여기 개봉하는 날짜는 22일. 

오랜만에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다.

reese witherspoon이 오랜만에 좋은 역을 맡은것도 기대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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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yu를 아주 오랜만에 재발견했다.

그러니까, lily chou-chou 이후로...

그 영화는 정말 내게 임팩트가 컸었고, 그녀의 목소리, 그 곡들 - 사실 처음 음반을 사서 몇달간 들은 이후로는 다시 전혀 듣지 않았었다.

우울을 넘어선 암울함 때문에 듣기가 겁났기 때문에.

이 곡을 이 목소리를 들으면 나도 걷잡을수 없이 낭떠러지로 떨어질거같은 걱정 때문에 

(이건 예로 내가 좋아하는 영화 탑5지만 절대 다시 보고는 싶지 않은 dancer in the dark도 마찬가지)

아름다운 걸 알면서도, 피했다.

그런데, 며칠전 티비에 영화 킬빌이 나오면서, 어서 아주 들어본 목소리가 나오는 거다.

우마의 캐릭터가 칼을 보며 막 고르고 있을때 나오는 그 곡 - 역시 구글에 쳐보니 그녀, salyu.

그래서 마구 마구 그 지난 십년도 넘은 시간 그녀가 내 온 곡들을 여러개 들어보고 있는 중.

사실 릴리슈슈때와는 목소리나 테크닉이 조금은 변했고, 그때처럼 특별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새로운 음악에 굶주려 있는 내게는 신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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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집에 갔을때 아버지가 내게 옛날 편지들 좀 정리하라고 하셔서 쇼핑백이 미어터지도록 꽉찬 내 편지 뭉퉁이를 다시 펼쳐봤다.

반 정도는 내가 쓴 편지, 반 쯤은 내가 받은 편지들.

일본에 가 있었을때, 또 여기로 대학을 오고 난 후, 아직 이메일이 잘 쓰여지지 않았을때, 참 손편지를 많이 썼었다.

내가 쓴 편지는 오글거려서 사실 한 두 문단도 잘 못 읽었다.

다 버리고 싶어버릴 정도로.

그러나 왠일로 부모님은 '왠만하면 놔둬 편지들은' 하셨다.

내가 받은 편지들 - 고등학교 친구들, 교회 친구들, 또 엄마아빠에게서 받은 그런 편지들은, 그냥 얼굴에 미소가 번져졌다.

아 이렇게 친한 친구들이 있었구나,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지, 우정이란 걸 매우 강렬하게 느끼던 그런 떄.

그런데 그때 그렇게 '끈끈'했던 이들중 비슷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은 사실 많지 않다.

그 중 한명은 어디서 뭘하고 사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래서 아른하고 좀 슬펐다. 인간관계란 정말 이런거지 결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