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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다시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아니, 그냥, 일본이 그리웠다.

아주 멀지도 않고, 사람들은 조용하고 남을 가만히 놔두고, 친절한 편이고, 안전하고.

갔다 온지 얼마나 됬다고, 

다시 가 볼 곳을 마구 마구 조사했다.

이제 너무 관광객들이 가는 데 말고, 시내를 빠져 나가 귀여운 동네들을 보러 가리라.

온천도 가고,

오사카도 가고.

그냥, 망상은 우선 내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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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 몇몇을 만나 저녁을 했다.

항상 보는 베프, 그리고 이제 일년에 한두번 볼까 말까 한 두 명의 친구들.

그녀들은 우리 둘과는 다르게 결혼을 했고,

그중 한명은 임신을 했다. 

배가 불룩 아주 아름답게 불렀다. 30주 쯤 됬다고 한다.

배를 만져봐도 되냐 정중히 묻고, 지긋이 손을 얹었으나, 애기의 움직임은 느끼지 못했다.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새해 계획을 들으며

생각해보니 올해도 나는 아주 조용한, 아주 혼자인 연말연시가 되겠군, 하고 새삼스레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 내 칼렌다를 이리저리 보니, 공휴일 등등 겹쳐서 약 일주일이 연속으로 빈다.

그래서 아주 충동적으로 집으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

연말연시라 평소보다 약 1.5-2배의 가격이지만

아무래도 혼자 궁상 떨고 싶지는 않다.

친구도, 가족도 없이.

이제 그런 나이가 되었다. 좀 젊었을 때는 친구들끼리 많이 모여 새해도 같이 맞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많이 뿔뿔이 다른 도시들로 흩어졌고, 자기들의 가족들을 만들어서 그들과 시간을 보내고, 크게 그룹으로 만나는 일은 전혀 없다.

애가 없어도 부부라는 작은 가족유닛만으로도 그들은 그들만의 존재.

여튼, 그래서 이제는 친구도 가족도 곁에 없는 외로운 명절이 싫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결국 끊고 마는, 그런 날이, 그런 사람이 되었다.

물론 그나마 집에 오라고 간절히 불러 주는 엄마 아버지가 있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고마울 뿐.

부모님도 없어지는 날이 오면 그때는 정말 뼈저리게 느끼겠구나, 온전히 혼자 됨.

평소는 혼자 있는 걸 편해 하지만,

외로울 땐 또 사무치게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