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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죽도록 피곤한데, 되려 자고 싶지 않을때가 있다.

몸과 정신의 피곤함을 그 끝까지 쥐어짜는.




열두시가 다 된 시각.

그렇게 늦어서야 샤워를 하고,

- 젖은 머리카락의 감촉이 썩 기분 나쁘지 않은 계절이기에 - 

그대로 머리를 말리지 않은 채로 쿠션에 머리를 대고,

에어컨까지 킨다.

아마 바깥 온도는 그다지 높지는 않을 테지만,

시간도 시간이고, 왠지 베란다 문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 대신 냉정한 차가운 바람을 날리는 에어컨을 선택.




음악은,

이번에 나온 토이의 앨범에서 '그녀가 말했다'.

아직은 실험 중인 그의 앨범. 유튜브로 지금 반복 재생하고 있다.

'나는요, 나는요' 하고 크레센도 하는 부분이 참 예쁘다.

새로운 거 하나 없지만, 항상 그 다운 90년대스런, 왠지 따뜻하고 친숙한 그런 감각. 




오늘도 징그럽게 늦게 퇴근했다.

내가 이 직장을 고른 큰 이유 중 하나는 '라이프스타일'이었는데

생각 했던 것만큼 그렇게 여유스럽지는 않다.

게다가 다른 데서 주는 봉급보다 확실히 작은 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 시간 많이 보내야 하는거야? 하는 맘에 씁쓸해졌다.

안 그래도 지난 주 회계사가 내 하루 페이에 대해 듣고 조소의 표정을 한껏 보였는데.

그렇다고 결코 내가 돈을 적게 버는 건 아니다, 평균적으로 봤을때. 

그저 같은 직종 안에서, 이 시장 수준에 비해 적게 주는 편에 속한다는 것.

돈 덜 버는 건 상관없다. 그런데 돈도 덜 벌고 일도 더 많이 해야 한다니 무식한 짓같은.

이렇게 힘들고 부담스럽고 머리 쪼개는 일을 매일 매일 일주일5일 하는 사람들은 참 대단한 닝겐들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아니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누구나 다 그렇게지만.

입술바로 끝까지 와도 오직 말할수 있을때는 아무도 없고 나 혼잣말 할때.

언젠가는 그래서 가슴이 터질 거같다.

전문가를 찾아가 좀 상담 받는 것도 좋겠다.

아직까지는 너무 낭비스러운, 사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