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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완연해야 할 시기인데 이상기온 때문인지 몰라도 시드니는 요 몇주간 아주 잔혹하리만큼 따뜻하다.
23-26도의 최고기온에, 해가 쨍한게 눈부시다.
그래서 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바글바글.
그래도 오늘 아침, 느긋하게 깨어 서류 정리를 하며 햇빛아래 앉아 고양이처럼 그렇게 날롬날롬 거리니 기분이 좋았다.
집앞 공사도 이제 땅파는 작업이 끝나서 예전처럼 심하게 시끄럽지 않고, 조금은 와이트노이즈라고 뇌가 알아서 차단해 줄수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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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알아오는 베프와 만나 이번주 개봉한 엑스맨을 보고 왔다.
이런 류의 메인스트림 수퍼히어로 영화중 가장 재밌어하는, 꽤나 기대하고 본 영화였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재미는 확실히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 (mcavoy, fassbender, jackman, lawrence et al) 을 많이 볼수 있어 감사할뿐.
끝나고 같이 이른 저녁을 먹으며 약간은 어색한 대화를 나누며
생각한건, 과연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아는 걸까, 라는 것.
서로에 대해 많이 안다고 착각하기 시작하면, 곧 전혀 모르던 그녀의 quirks, idiosyncrasies를 갑자기 알게 되고,
내 정신세계에 자리를 많이 잡고 있는 여러가지 관심사에 대해 전혀 무관심/무지한 그녀는 그 대신 대체 무슨 생각으로 꽉 찼을까 궁금해진다.
예전부터 영화나 드라마시리즈같은데서 보여주는 여자친구들끼리의 허물없는 그런 '우정'의 예를 보면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현실에 정말 존재하는것일까 신기했었다.
결국 우리 둘을 엮는 건 같이 겪은 경험들인가.
우리의 공통점은 성향이나 취향 관심사 보다는 서로 공유할수있는 과거의 경험, 그것인가?
뭐 그게 딱히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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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친구'들을 조금 정리했다.
그렇다고 내가 뭐 수백명의 '친구'들을 거느린 그런 소셜버터플라이는 아니지만
약 3분의1을 줄였다.
아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교류가 없는 사람들,
혹은 사실 좋아 하지 않는 사람들,
짜증나는 포스트들을 마구마구 하는 사람들,
사실 그들도 내가 그들을 언프렌드한다고 해도 전혀 뭐 불쾌하지 않을 거같은 사람들.
더 줄이고 싶지만, 약간 에티켓때문에 모호한 사람들, 혹은 친척분들, 은 어쩔수 없이 우선은 그냥 내버려둔다.
갈수록 정이 떨어지는 페북,
언젠가는, 조만간은 닫아야 하는 그런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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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간다, 너무나 빨리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