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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연속으로 주말을 혼자 보냈다.

해야될 일들 때문에 헐수 없이 얼굴에 분을 바르고 짧게 외출은 했지만
그런 일들 빼고는 나가지도 않고
친구들 얼굴도 보지 않았다.
돈은 굳는다는게 좋은점이지만
좋은 날씨인 날들을 집구석에 박혀 있었다는건 조금 아깝군.

몽롱한 상태에서 약간은 딴 세상에 있는 사람인 마냥 그렇게 정신줄을 놓고 지낸 느낌.

겨우 정신이 든 때는 이렇게 늦은 주일 저녁에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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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하나도 없었을때는, 아니 조금씩 저축하고 있을때는 걱정하지 않았던,

'어떻게 하면 더 돈을 모을것인가' '어떻게 하면 있는돈을 더 불릴것인가' '투자하지 않으면 부자가 될수없다'

이런 걱정따위를 언제부터 하게 됬을까.

혐오스럽다 이런 사회 자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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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여름이 끝났으면 좋겠다.

열기가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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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순간들은

- 오사카의 이름 없는 역에서 어느날 방과 후 놀다 들어가던 오후, 이 곳엔 아무도 나를 몰라 하는 걸 새삼 깨달았던 때.

- 베르사유 에서 마리앙투와네트의 가든 구석에 혼자 앉았던 오후.

- 서로 끌렸던 사람과 쇼핑을 간 오후, 가까이 걸으며 서로의 손가락이 닿을듯 말듯 했던 순간들.

- 기분 좋은 여름 저녁 친구들과 오페라 하우스 근처를 걸었던 그날.

가끔은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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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때는 집은 싫었으나 학교는 즐거웠고

대학시절에는 돌아보면 거의 대부분 즐거웠고

물론 우울했던 시기들도 있지만 그건 '무엇때문'이라기보다는 내 마음속안에서 나온 검은 기운이었으니 환경과 별 관련이 없었고

일을 시작했을때도 친구들과 만나서 좀 회포를 풀거나 하면 곧 스트레스는 잊혀졌었다.

또 레지스트라가 되서는 몇년간 같은곳에서 같은 사람들과 일하다보니 그들과 친해져서 일이 힘든 날도 있었지만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일들이 꽤나 있었는데

지난 일년은 그렇지가 못하다.

뭔가는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