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을 깜빡하고 갖고 나오지 않았다.
그걸 깨달을 때의 허탈함이란...
립밤 아니면 물통 이 두가지를 까먹었을 때의 그것과 비슷하다. 밖에 나갈 때면 항상 귀에 음악을 꽂는 내게는 치명적인 실수.
목요일 쉬는 날, 나갔다 들어오면 항상 이어폰을 팽개쳐 놓아 다음날 이렇게 잊어버린다.
후회막급.
출퇴근 시간을 이렇게 적적하게 보내야 한다니...
어제는 봄이 다 된 마냥 최고 온도 23도를 치고 햇빛도 너무 따뜻하더니
오늘은 다시 맘이 변했나, 아주 뿌연 하늘이다.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음산한 기운.
여튼 이제 나는 공식적으로 서류상 집 가진 사람이 되었다. 열심히 살라는 어느 정도의 동기 부여 (모개지를 매달 차곡 차곡 내야 하니까) 도 되고 요즘 세대에서 참 성인이라면 밟아야 할 코스를 거친 느낌.
오늘 저녁은 아주 가기 귀찮은 병원 사람들과의 모임이 있다. 퇴근 그것도 아주 칼 퇴근을 하고 옷만 갈아입고 다시 시내로 들어가야 하고, 또 드레스코드도 formal이라고 써 있는 좀 콧대 높고 전통적인 백인 노인네들 클럽 에서 하는 거라 옷도 잘 갖춰 입고 가야 해서 (솔직히 뭐가 포말인지 감도 잘 안 온다. 남자라면 뭐 그냥 양복 잘 빼 입으면 되는데 여자는... 어쩌라고... 대체 얼마나 고급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가...) 더 귀찮다. 만날 사람들도 맨날 병원에서 보는 대부분 나랑 나이차가 열살에서 스무살이상 되는 중년들이라 대화 공동 분모도 별로 없을 테고...
안 갈려고 RSVP 안 하고 있었더니 자꾸 옆에서 부장이 보채길래 헐 수 없이 끝에 가서 고개 숙이고 들어 갔지만... 하여간 나이가 들면 이래 저래 직장 때문에 하기 싫은 일도 많이 해야 된다.
뉴욕 계획이 스물 잡히기 시작하면서 오래 된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녀는 내게 가장 오래된 친구 중 하나. 이민 처음 갔을 때부터 교회에서 만나, 대학 가고 난 이후로는 정말 몇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하는데, 그리고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나마 카톡으로 가끔 연락 한다. 그녀는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뉴저지에 살게 되었다. 우리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됬지만, 이 기회로 다시 본다니 좋다. 그녀는 심히 순수하고 물러 터지게 착하고 느릿느릿 하고 여러 면에서 나와 아주 다르지만 너무 좋은 사람이다.
기차 안에서 정말 정 떨어지는 행동들:
- 계속된 대화 - 목소리가 크거나 외국어 (비영어)면 더욱 짜증스러움이 가공되는 듯. 특히 그냥 필요한 한 두 문장의 전화 통화가 아닌 그냥 재미로 하는 거 같은 몇십분씩의 통화!!! 정말 입을 꼬매는 상상을 한다.
- 드러운 행동 - 코나 귀를 마구 파는 것 당연 그렇지만 특히 공공장소에서 손톱 발톱을 깎는 건 정말 돌아가시게 괴롭다.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내게 그 소리는 특히나 역겹고, 자기 집 자기 방 구석에서 은밀히 해야 할 행동.
- 냄새 - 방귀 같이 할 수 없는 생리적 현상이야 어쩔 수 없다 치고, 그리고 그건 영구적이지는 않으니까, 몸냄새 (씻지 않은, 혹은 땀, 또는 담배나 술로 찌든 그 특유의 아로마) 그리고 음식 냄새. 퇴근길 특히 이 음식 냄새 때문에 미친다. 시간이 늦어지면서 어떤 이들이 기차 안에서 저녁으로 테이크어웨이를 먹는데 아무리 지네들이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그런 밀폐된 공간에서 집중된 그 냄새를 맡는 건 비위에 심히 거슬리는...
- 머리카락 - 이건 근래 발견. 머리가 치렁 치렁 긴 여자들이 (전혀 윤기 나거나 아름답지 않다 또 이런 사람의 머리카락은) 내 앞에 앉아 머리를 그냥 자기 좌석 뒤로 흩날려서 거의 내 무릎에 닿을 정도. 정말 기겁했다. 귀신 같은 것도 있고 머리카락 자체도 불결해 보이고.
불만을 막 방출하니 좀 시원하다.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