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큰 생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좀 괴로운 큰 숫자. 그런 날이 내게도 찾아왔다.

 

요즘 내 정신세걔를 지배하는 건 아무래도 임신 - 아니 그것을 소망하느라, 거의 망상까지 갔다 왔다 한다. 

며칠 전에는 아직 생리가 늦지도 않았는데 약간 메식거리고 소변이 자주 마렵고 배가 불룩한 느낌에 테스트 까지 했다. 

약간 헤까닥 했다고 해야 하나. 뭔가 obsession - compulsion 부분이 확실히 있다. 

 

쉽지 않다. 모든 과정에서 에러 에러 에러. 

솔직히 그애를 원망하게 되고, 미워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준비되어 있는데,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나는 간사한 인간이기에.

 

병원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조금 소외된 느낌도 들고, 어서 애를 갖고 일하는 걸 그만 두고 싶다는 좀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든다.

돈은 벌어야 하니까, 사립일은 계속 하고, 공립병원은 너무 멀고 귀찮은 걸 시키는 게 너무 많아 짜증이 난다. 

어서 애를 가져야 마터니티휴가를 내고, 또 여기서 일한지 10년을 채우면 롱서비스리브 도 받고 나서 그만 둬야 딱인데...

그렇게 잔머리를 굴러본다.

 

모든 걸 같이 하고 싶어하는 그애는, 그게 좋다가도 귀찮고 좀 치근덕거린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내일은 생축 겸 친구들을 만나는데, 오랜만에 그애는 안 데리고 나간다.

결혼하기 전에는 내가 비웃었던 행동들을, 결혼하고 나서 아니 얘랑 연애하고 나서부터는 내가 막 하고 있는 걸 발견한게 한 둘이 아닌데 - 매우 쪽팔리게도 - 그 중 하나가 내 친구들을 만날때 걔를 데리고 나간다는것. 

가고 싶어하는 거다, 나는 이해가 좀 안 되는데.

 

잊으려고 하고 있다. 내 나이. 나몰라라 하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