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사진들을 다 지웠다.
왜 이리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
처음 몇장 지울 때는, '만일 우리가 다시 만날 사이라면, 그때 새로운 사진을 찍으면 되지 뭐' 하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도 너무 어처구니없었다는 걸 안다.
어떤 사람의 존재를 다 지우는 거다.
그 한순간 한순간에서의 모든 기억들을 지우려하는 것. 지우개로 싹싹 필요한 그것만 지우는.
그건 그 얼굴이 들어간 사진들도 있고,
여러 글귀, 나를 위해 써준 글귀들을 캡쳐했던 것들도 있다.
내게 준 기타곡 두곡도,
다 깨끗이 지웠다.
보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다 사라질테니.
이제 남은거는 자잘하게 걔가 써 준 것들, 그 종이쪼가리들.
태우는 건 좀 오버고, 그렇다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기는 좀 그렇다.
어렸을 때 받았던 러브레터는 버리지 않고 다 어딘가 소장해 두었는데
이건 다르다. 없애고프다.
두뇌에서도 지우개로 지우고 싶지만, 그건 생각만큼 쉽지않다. 코만드+딜리트 를 누루는 것처럼 쉽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