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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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염색을 했다.

우연히 몇달전 염색을 해준 언니가 다시 내 머리를 해줬는데,

오히려 나보다 그녀가 그걸 기억했다는 건 놀라운일.

사근사근하고, 너무 간드러지지 않고, 가끔씩 소담을 하는 게, 좀 마음에 드는 매너를 가진 언니였다.

한국미용실에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그런 매너...

다음에도 이 언니에게 받아도 좋겠는데,

너무 비싸긴 비싸다.

누가 알아준다고 나는 이렇게 미용에 돈을 쓰는걸까, 한 순간 한숨이 나왔다.

내 자신을 위해서!라고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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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큐어도 같은 곳에 3번째 갔는데

일본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조용하고 음악도 항상 보사노바 풍에다가

깨끗한 편이고 가격도 싸서 자주 다녀야지 생각중이다.

일본어는 특히 여자들이 말할때는 참 다 일관성있게 거의 간드러질 만큼 톤이 높고 상냥하고 듣기에는 참 좋다.

그녀들의 서로에게 말하는 걸 조금씩 엿들으며, 난 입이 간질간질한다.

괜히 말걸고 싶어진다. 나도 일어 조금 할줄 안다고요, 물론 그 땅을 밟은지 이제 15년이라는 말도 안되는 긴 시간이 됬지만.

아직 그만큼 용기는 못 냈다. 손톱이나 미용 이상의 대화 조금은 개인사로 들어가는 대화 라는건.


며칠전,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아주 기분 말랑 말랑하게 해주는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일어로 '비', 또 '내린다' 라는 두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엄청 뇌를 쥐어 짰는데도 그 다음날에서야 문득 생각났다.

슬퍼라. 내가 그리 좋아하는 것들이 머리에서 잊혀져 나간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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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산다? 라는 프로를 보고 막 소리내서 웃었다.

서인국의 사는 모습이 남 같지 않았다.

뭐 냄새가 날 정도는 아니고 일주일의 반은 깨끗한 편이지만, 나머지 반은 급 옷거지로 좀 난리판이 되는 사정은 나도 너무 잘 아는 거기 때문에...

이성재를 보면 예전 기숙사에서 알았던 나이많은 한국서 왔던 유학생아저씨가 생각난다.

그냥 수수한 얼굴에 너무나 썰렁한 말들을 재밌는 마냥 날리고 혼자 히죽 히죽 웃고 자기 딴에는 또 진지 해지는 그런 모습.

근데 아저씨 목소리는 참 좋다.

의외로 깨끗하게 사는 데프콘과 김광규 아저씨, 그리고 '부르조아'식으로 자꾸 시키고 뭐라고 잔소리가 많지만 또 그거에 대해 지적당하면 곧잘 시인하고 미안해하는 김태원의 캐릭터도 너무 웃기다.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지만 한 번 정도는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