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괜찮고 가끔은 안 괜찮다.
#
무슨 생애의 최고의 사랑 이런게 아니었다. 사랑은 무슨, 그런 감정 자체를 모르겠다.
그냥, 아마 다음 단계에 오르고 싶었던 거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그런 삶이 갖고 싶었던.
그럼 그거 걱정은 이제 더 안 해도 되고.
외롭지 않아도 되고, 사랑을 퍼부을 수 있는 상대가 생기는 것, 그걸 원했던 것.
또 그러면서 일도 덜 하고 싶었던 거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이유들.
나 혼자만의 삶은, 자유가 있지만 그만큼 나에게 책임져야 하니까 백프로.
그것은 해방도 되지만, 그것만의 구속도 있다.
#
'나의 아저씨'를 보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처음 봤을때 이선균이랑 아이유라고 혹 했다가, 설명 부분에 그둘에 대한 그냥 로맨스 인줄 알고 헉으로 바뀌어 안 보려고 했는데, 며칠 후 트위터에서 팔로우 하는 싱가포리안 아줌마가 침튀기면 극찬 하길래 봐 보기로 했다.
근데 전혀 로망은 없고 오히려 매우 어두운 시작, 아니 중간까지 그랬다.
그래도 좀 칙칙하기 그지 없지만 꾹 참고 봤고, 괜찮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는 술 회사들이 다 스폰서 인가, 아니면 현실이 매일 그렇게 사람들이 술을 쳐마시나...
그리고 지질구래한 남성들의 마초성질이 보기 싫었다.
아이유의 조목조목한 얼굴을 보는 게 좋았고.
그렇게 어두운 캐릭터도 잘 어울렸다. 눈망울에 눈물이 고이는 모습이 마음에 다가왔다.
#
살이 디룩 디룩 쪘다.
어떤 때는 그냥 포기하고 뚱뚱한 사람으로 살래 라는 생각도 하다가
또 가끔은 너무 살이 빠졌으면 좋겠다.
맨날 그런 바보같은.
#
맨날 기차 타고 출퇴근하다가, 코비드 땜에 운전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한시간 좀 넘은 거리를, 그것도 대부분 고속도로 운전인데.
나처럼 운전 하기 싫어하고 아주 잘 하지 않는 사람, 차 산지 5년 이 됬는데 겨우 만키로 넘긴 사람 인데
그래도 같은 코스로 자주 다니고 하니까 적응이 되고
혼자 안의 공간, 밀폐되고 보호된 나만의 공간에서 있는게 편리하다.
될수 있으면 교통이 덜한 시각에 다니고 싶어서, 그리고 병원 근처 길거리 주차 신경도 쓰고 싶지 않아, 아주 일찍 새벽 동이 트기 전에 출근하는데, 그 아침 드라이브가 좋다. 해 뜨는 걸 고속도로에서 보고, 가끔은 뿌연 안개가 로맨틱하고, 시네마틱하다. 퇴근길에는 가끔 운이 좋으면 달덩이를 보고.
또 하나 좋은 점은, 퇴근길 센치 해 지지 않는다는 것.
저녁에 깜깜해진 후 기차역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은 슬픔에 젖은, 우울함가 외로움이 엉겨버려 가슴안이 한없이 무너지는 그런 걸음일 때가 많았다. 터벅 터벅 역시 아직도 혼자구나 그런 생각에. 그런데 운전하고 오면 항상 시끌벅적한 포드카스트들을 들으면서, 그리고 운전 하면 어쩔 수없이 바짝 긴장 하는 나로서는, 그런 멜랑콜리에 젖을 시간 혹은 정신적 공간이 없다.
그래서 요즘 계속 운전 하고 다니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