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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


날씨가 죽인다.

숨막히던 더위도 이제 드디어 조금 걷히고, 기분 좋은 따사함 정도 인 가을 비스무리 한 계절이다.

아침 저녁은 선선하고, 낮에는 비가 오지 않으면 너무 이쁜.

그런 주말이다.

아무 약속없이, 집 청소하고 설거지와 손빨래 밀린 거 하고 어제 사온 돼지 목살에 같이 먹을 파저래기를 만들며 아침을 보냈다.

생리통 때문에 밤에 잠을 못자 아침 늦잠을 자려는 계획 (!) 이었으나, 너무 해가 눈부셔서 그러지도 못했다.

친구가 점심 먹자 해서 슬슬 걸어나갔다 오고. 

돌아와서는 책을 조금 보고 (아주 코딱지만큼 -_-) 택스리턴 준비를 슬렁 슬렁 시작했다.



아직도 만나고 있다.

시작할때의 설레임, 거의 조급함같은 - 그것이 서로라는 사람에 대한 갈망인지, 그저 누군가, 형채없는 그냥 외로움에서 해방시켜줄 누군가에 대한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 그런 건 많이 없어지고, 어떤 루틴 비슷한 것에 와 있다.

그러나 그게 무슨 형통한 루틴이란 것도 아닌,

약 1-2주에 한번마다 나는 그애에게 실망하거나 속안으로 상처입고 

걔는 항상 그거에 대해 전혀 못 알아채다가 내가 자신을 되려 아프게 하는 것에 괴로워 하고, 결국 내가 기분 안좋다는 걸 감지하고 나서는 자학 하는.

그런 좋지 않은 루틴.

그 애 에 대한 기대치를 내려야 한다는 것, 알면서도, 너무 모르고 너무 무심한 것에 나는 또 항상 나대로 그런다.

누구나 내 나이 아니 그냥 어른 되서 하는 데이트 다운 데이트 에 대한 갈망, 이것이 요즘 나의 바보같은 망상이다.

근데 그게 힘든가보다.

무슨 대학생 애들 처럼, 그냥 같이 집에서 놀고 먹고 그러는 데이트로 만족하고 있다.

물론 그렇겠지.

원하는 욕구는 그 정도로 다 채워지니까.



미래 없는 관계, 그만 두지 못해서 그렇게 그대로 가고 있다.

얼마후 부모님이 여기 몇주 오시면, 몸이 떨어진 사이에서 마음도 멀어지겠지.



친구는 '있는 동안 잘하고, 얻을 수 있는 거 얻어'라고 했다.

'애기 확 얻을까?'

라는 내 농담에 그녀는 '찬성!' 

그리고 나는 웃었다.



가끔은 그런 미친 생각이 든다.

결혼은 못/안해도, 애기는 갖고 싶다는 생각. 엄마가 도와주면 혼자서도 잘 키울 수 있을지도. 

물론 그런 걸 용납해 줄 가족 혹은 사회 가 아니지만.



가끔, 가끔은 말이지. 그렇게라도 꿈 꾸지 않으면, 남은 꿈이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