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연극-뮤지컬 후기.
1/
this is our youth
- starring michael cera, kieran culkin, tavi gevinson
사실 나는 연극에 대해 아는 건 많지 않다.
연극이나 뮤지컬은 평소에 거의 보지 않고,
막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장르가 아닌데.
연극 연극을 입에 달고 다니던 친구와 작년 같이 보러 가고 나서, 아 좋아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갔다.
내 눈 바로 앞에서 숨쉬고 살아 있는 사람들이 정말 '쌩'으로 보여주는 퍼포만스는 매력이 있기에.
여튼, 뉴욕에 가 있을 시간 동안에 하는 공연들을 다 둘러 보고 결정한 것 중 연극은 이거 하나였다.
연극 자체가 옛날 좀 유명했다고 하고, 내가 좋아하는 마이클 세라...
좀 피곤했던 하루여정을 끝내고 보러가서였는지,
공연 후기는 좀 피곤했다는 것.
몸도 피곤했지만 - 눈꺼풀이 무겁고 하품이 가끔씩 - 딱 세명의 캐릭터들만 있는, 같은 세트가 내내 나오는,
그리고 다 셋의 다이알로그로만 진행되는 것인데다가,
젊고 돈 좀 있는 것들의 마약/섹스/삶에 대한 무기력에 대한 소소한 불평을 듣고 싶지 않았던 내 정신상태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다이나믹했던건 그나마 컬킨의 연기가 아니었을까...
2/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 time
이건 계획 했던 공연은 아니었다.
그런데 비가 너무 주룩 주룩 오던 날, 딱히 돌아다니기 귀찮아서, 호텔 가까이 있던 타임스퀘어의 TKTS에 가서 마지막순간 티켓을 사기로 결정했다.
뭘 볼까 줄부터 서서 생각했는데, 이거 아니면 the real thing (feat. ewan mcgregor, maggie gyllenhaal etc) 이라고 맘 먹고 생각해 봤다.
며칠 전 본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가 나오는 연극'을 볼것인가 아니면 무명 배우 들이지만 내용은 확실하게 내가 알고 좋아했던 걸로, 그리고 확실히 좋은 평을 읽어서 뭔가 안심이 되는 그것을 볼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후자로 선택했다.
원래 소설로 출간되어 나도 몇년전에 읽었었고, 재밌고 쉽게 읽혀지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 연극은 정말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프로덕션디자인이 최고였고, 정말 세트를 잘 썼다.
몇몇 배우들의 영국식 액센트는 '잉?'하고 좀 우스웠지만
여러모로 재밌고 추천할 만한 공연.
마지막 남은 티켓이라 완전 싸이드 부스에 앉아서 무대의 한 구석이 잘 안 보인거는 아쉬웠지만...
3/
once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
느무 느무 사랑하는 글렌 한사드의 눈물나게 아름다운 곡들을 다시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그 노래를 하는 남자 배우가 외모도 아주 멋있었다.
유머러스한 캐릭터나 대사도 좀 많이 곁들어졌고
무엇보다 음악이 좋으니까 뮤지컬은 좋지 않을 수 없다.
내 뒤에 앉은 젊은 여자애들은 인터미션때 다들 정신없게 좋다고 난리 났었다.
아마 매일 매일 많은 여자들이 주인공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있지 않을까...
또 전에 읽은 평 중에는 남녀 주인공 케미가 꽝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러 간 날은, 원래 여주인공이 아닌 그녀의 스탠드바이가 연기했는데
그녀는 꽤 괜찮았다. 아주 아름답거나 아주 노래가 특별하지는 않지만, 호감형.
하여간 주인공들도 조연들도 다 하나같이 사랑스러웠다.
기분이 너무 좋아진 그런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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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한마디 하자면,
뉴욕의 연극/뮤지컬 관중에는 백인들이 다반수, 80-90%?
늙은이들도 많다. 역시 절반을 훨 웃도는.
근데 웃기는건 그 공연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비백인들이라는것.
미국, 그것도 크고 다문화적이라는 뉴욕이라는 곳도, 이렇게 인종의 구분은 심하게 뚜렷했다.
깨진, 부서진 나라, 다시 한번 내 맘 속 깊게 느끼게 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