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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e to mr sommer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7. 24. 01:18






기억력은 그다지 좋지 않다.

어릴때, 그러니까 초등학교때 특히 주위에 있는 책이란 책은 다 흡입하듯 읽었던 때가 있었다.

애들이 읽는 동화나 만화나 위인전 역사책들부터 시작해서 어른들 소설 심지어는 애들이 읽어서는 안될 (!) 성숙한 내용들이 써있는 소설들까지, 그때는 아무 셀렉션 프로세스없이 한마디로 닥치는대로 읽었던 때.

우리집에는 책이 어느정도 있긴 했지만, 정기적으로 책을 사주시는 부모님은 아니셨고, 그때는 도서관에 가는 일도 거의 없었는데, 가끔씩 가면 눈휘둥그레져서 나는 너무 즐거워하며 새 책을 읽었었고, 친구 집에 가면 처음 보는 책들을 보느라 즐거웠고, 친척집에 가면 고등학교 대학교 다니는 사촌 언니 오빠들의 방에 쌓여져 있는 소설들을 읽곤 했다.

그때는 그렇게 읽었던 책들, 우리 집에 있던 소설들은 특히 여러번이나 읽어서 해어질 정도 였는데, 이제 와서 내용에 대해 누가 묻는다면 거의 대부분은 기억하지 못할거다.


아무 기대치도 없이 사전 정보 없이 읽었던 책들 사이에서, 줄거리나 테마나 이런것에 대한 심층연구 없이 그저 본능적으로 내 마음에 와닿았던 캐릭터들이 있다.


그중 좀머씨는, 내용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직도 그 초등학교때 읽었던 그대로 내 맘구석에 박혀진 사람.

내 기억으론 전혀 그가 이상하지도 기이하지도 괴팍하지도 않았고,

오직 내 기억으론 그는 그냥 항상 걸어야만 했던 사람.

그때부터 나는 '이상한 사람'들을 이상치 않게 여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지극히 이해되고 지극히 공감하는건, 그때도 그랬었을까?

그냥 미래의 내 모습을 예측이라도 한거였을까.


왠지 다시 읽고 싶지는 않다.

내 기억을, 내 추억을 더럽힐까.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까 걱정에.

그냥 간직하리 좀머씨에 대한 내 좋은 기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