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me time, and more lamenting about my job.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0. 5. 05:32
#
시내에 있는 박물관에서 사진 전시회를 한다길래 보러 갈 계획을 하다가 결국 아 출근하는 오빠 차를 따라 타고 나갔다가 몇시간 혼자 돌아 다니면 되겠다 생각이 들었다. 외롭다 어쩌다 해서 집에 온건데 2주가 다 되니까 혼자 있는 시간에 굶주려 온 것이었다.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 혹은 그래야 한다는 압박감에 있어야 하는 건, 벌써 완전히 혼자 산지 7년 (플러스 기숙사 생활 거진 6년) 인 내게는 좀 지치는 일이기에 말이다. 한번 마음을 그리 먹고 나니 꽤나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 첨 가보는 빈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음악 듣고 잡지나 내 훼이보릿 블로그를 정독하고, 자연을 즐기고 사진도 찍고, 사진전도 누구 신경 안쓰고 유유히 볼 수 있겠군 등등.
그러던 와중 보스에게 이멜을 받았다 어제 저녁. 그 전전날 보낸 내 포스터 카피가 영 성에 안차신, 아니 한마디로 아주 부족했나보다. 나는 전에 프레젠테이션도 안 해봤고 그렇다고 저널 아티클을 많이 보는 사람도 아닌 게으른 메디코라는게 뽀록 난 기분이다. 게다가 이 보스는 그다지 포장이나 말을 살살 하는 사람이 아니고 조금은 무시무시(?!)하게 비판할때는 하는 사람이라... 그의 이멜은 날 좀 우울케 했고 그 고대하며 게획한 다음날을 즐길 수 없을거같았다.
3월에 abstract를 내고는 이때까지 남겨둔 게 죄. 휴가때까지 미뤘다가 휴가때 며칠 매진하면 되겠지 하고 내 재질을 과대평과한 내 죄. 으이고 바보같이 휴가에는 맘 편히 쉬어야지 왜 일을 들고 집에 와 스트레스 먹냐 자책했다. 그러나 사실은 일을 할때는 일 하면서 피곤하다고 그렇게 미뤄 온 것이다. 지금처럼 휴가때 시간이 널럴하고 일을 하루 8-10시간 하지 않을때 확 다 할 수 있는 여유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하고 긍정적으로 풀려고 하는 중. 자기 최면 +++
결국 원래 맘먹은대로 시내에 나왔다. 좀 내 자신에게 잘 해주자는 맘으로 플랫 와이트가 아닌 달달한 카라멜라테를 한잔 마시며, 공짜 와이파이로 아이패드 시동을 켠다. 음악은 요즘 다시 꽃힌 차라. 오늘 아침만은 이렇게 즐기면서, 이멜을 체크하지 않으련다 굳게 다짐한다. 계획대로 내 혼자의 시간을 지켜줘야지 - 일은 또 일에 관련된 스트레스는 오늘 오후 집에 돌아가서부터다. 일이 내 휴가를 전부 다 consume 하게 하지 않으련다.!
한번 그런 블랙홀에 빠지면 걷잡을 수 없다 - 갑자기 다시 병원에 돌아갈 생각을 하면, 저 따뜻하지 않은 보스랑 일해야 할 걸 생각하면, 나머지 몇개월 또 일해야 할것들 - 그런 생각은 날 우울케 하는 것이다. 아 나는 왜 '내 직업을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부류의 사람이지 못한 걸까. 내 외과 친구 중 하나는 휴가 끄트머리가 되면 수술을 하고 싶어 근질거리는 것같다. 병원을 그리워하는 그 친구를 보면, 그립기는 커녕 완전 기억에서 깡그리 없애고 휴가 즉 일하지 않음을 완전 만끽하는 나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겠구나...
어떤 직장을 가져야 일에 가고 싶어질까? maybe if i were a librarian, a florist, worked at a music shop of sor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