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e on the out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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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실라 안, 목소리가 아름답다.
오늘은 쉬는 날로, 아침 일찍 영화를 봤다.
나처럼 혼자 보러 온 사람들 몇몇들과 같이.
영화가 시작하기 전 기나긴 광고중 하나는 지블리 스튜디오 영화 'when marnie was there'에 대한 광고였는데
사실 내용은 전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었지만
거기서 흘러 나오는 이 곡을 듣고, 어서 많이 들은, 내가 아는 목소리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역시, 그녀.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는 거같은 목소리.
가사는 또 어찌나 구구절절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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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ex machina.
타이밍은 잘 맞아 떨어졌다.
영화에 대해 너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아직까지는 궁금증이 들게 하고,
미디아 매체들의 평들은 대충 좋았다고 라고만 인식했지 다들 침튀게 칭찬하는 글들이 아직은 넘쳐나지 않고
그렇게 기대가 크지 않고, 그래도 아직은 관심이 가고 그런 상태에서 본.
재밌었고, 잘 만들었다.
보면서 만족감으로 입가에 미소가 살짝 번지게 해준,
오랜만에 본 잘 만든 영화.
시네마토그라피는 아름답고, 무엇보다 절제가 돋보인.
추천.
아바 역의 그녀도 그녀지만, 쿄코 역을 한 배우도 좋았고.
오스카 아이작은 참 매력적인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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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머리에 한 두 줄기 보인 새치가 눈에 거슬려
또 그냥 전체적으로 내 머리가 지겨워
염색을 했다.
그런데 집에 와 보니 아직도 그 새치 녀석들은 그대로.
한번 하얘진 머리는 염색도 잘 안 드나?
그래도 살짝 밝아진 머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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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매일 운동을 갔다.
삼십년 넘게 그렇게 꺼려온 운동을.
한시간 남짓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그렇게 운동을.
이 몸뚱아리를 좀 쳐내야되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내 머리에 맴도는 구절은 'punish the body') 라는 모토를 가지고.
고개를 숙이면 보이는 내 넓적다리를 보며, 작아져 작아져 그렇게 주문을 외운다.
이번주로 새로운 식단도 시작했다.
하루에 1200 칼로리 정도로 먹는.
몇년전 이 식단을 하면서 10주만에 약 8키로를 뺐는데,
이번에는 운동까지 겸비하니 좀 더 효과가 있기를.
체중 감량도 감량이지만
뭔가 나도 마음먹고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성취감에 대한 갈망도 좀 있는 듯하다.
새로운 어떤 행동을 습관화 하고
싫어했던 걸 좋아하게 바뀔 수 있는
뭔가 변화가, 발전이 아직 가능한 인간이란 걸
내 자신에게 증명 하고픈 그런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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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통의 'essays in love'를 읽기 시작했다.
'소설'이라고는 하나, 자신의 경험에 바탕되었다고 한다.
그에 대한 기억은,
내가 좋아하는 글쓰는 사촌언니가 우리 이민 초기때 주고 받던 편지에 그에 대해 조금씩 얘기했던 것들.
아마 그때 그가 막 뜨기 시작한 때였나보다.
23살에 첫 책을 출판하고 그걸 이백만부를 팔다니,
(배경도 초부잣집아들 인데)
그런 바이오를 읽으니 좀 질투가 났다.
나이 들수록 부러운 건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
여튼, 이 책을 읽으면서, 오직 사랑에 대해, 너무 로맨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시니칼하지도 않은 이런 저런 관찰을 읽으며,
오랜만에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