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8. 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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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양고기 냄새가 진동한다.

쌀쌀한 저녁 공기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좀 열어 환기를 시킨다.

양고기는 먹을때는 좋으나, 먹고 난 후 냄새가 참 역하다.

소고기나 돼지는 덜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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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금요일 저녁은 특히나 목욕을 즐긴다.

긴 주 - 사실 이번주는 하루 쉬고, 그닥 길지도 않았지만 - 를 마무리하는 그 시간에 피로 풀기에는 뜨뜻한 물이 제격이다.

맨 물에 목욕하지 않고, 매번 lush에서 사온 bath ball을 넣는다.

이제는 어느 정도 쓰다 보니, 'favourite'이라고 할수 있는 볼이 생겼다.

그건 은은하고 부드러운 sakura ball.

지난 몇주간 은근히 어깨가 가끔씩 땡겨서 - 가방을 항상 오른쪽에 걸고 다녀서 그런건지, 아니면 지난 몇주 정기적으로 아령을 들어서 그런지, 확실치는 않다만 - 거기에도 좀 도움이 될까나, 

목욕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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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 

어느 영화를 보며 알게 된 lisa ekdahl,

수년간 그녀의 음악을 피해 오다가 

요 근래 갑자기 다시 그녀가 생각나서

오늘도 목욕하며 내내 그녀의 아가같은 목소리를 들었다.

i don't miss you anymore...

재즈 같은 건 따로 거의 듣지 않는 사람이지만,

나는 결국 목소리를 따르는 경향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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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옛날 친구에게 이메일이 왔다.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는, 약 10년 넘은 옛날, 대학 기숙사에서 연결된 사이이고

그 이후로 서로를 만난 건 한 손에 샐 수 있는 정도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간간히 연락을 했던 사이.

그런 그가 내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요즘은 이메일 오는 거라고는 다 일에 관한 것, 아니면 돈 내러 오라는 여러 공지 뿐인데,

친구들과는 서로 용건만 짧게 쓰는게 다인데,

정말 편지 같은 이메일을 받아 감격이었다.


그는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걸 읽으면서도 즐거웠고,

거기에 답하는 글을 쓰면서도 즐거웠다.


글은 날 행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