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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말도 안되는 실수를 했다.
친구 결혼식 때문에 멀고 교통 체증이 심한 길을 강행했다.
식 시간보다 한시간 가까이 늦게 도착, 두리번 거리다가 아예 완전 놓쳤구나 생각하고,
근처 동네로 가서 피로연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깨달았다.
내가 날짜를 혼동한걸. 토요일이 아니고 그 다음날 즉 오늘이었던 것이었다.
미친거 아니야, 나 치매 아니야?
이런 자책들도 길게 하지 않았다.
그저 다음날 다시 여길 와야 한다는 거에 대한 좌절이 더 컸던.
누군가의 결혼식을 친구도, 또는 동반자도 없이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데 그렇게 혼자 가야 한다는 건 정말 고역이다.
그래서 피로연에 안 갈까 심히 고민하다가 결국 친구가 신랑쪽보다 자기 쪽 손님이 너무 빈다고 좀 슬프게 말해서 가기로 했지만,
그 피로연을 기다리는 지금도 그저 후회중.
친구는, 평생 남자라곤 모르고 살다가 몇년전 같이 일하던 아니 상사였던 사람하고 눈이 맞았다.
그녀는 중국에서 이민온 1.5세대로, 엄격하고 아주 중국인 같은 중국인 부모를 두었는데,
인도사람인 남자친구를 그들이 반길리 없었다.
처음부터 심한 반대에 부닥쳤지만, 끝까지 그들은 그렇게 결혼을 했다.
조금 슬펐던건, 그 괴팍 덩어리인 그녀의 아버지는 끝까지 결혼식에도 오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그녀를 데리고 식에 나온건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였다.
이런 모든 것들을 겪은 그들이, 정말 영구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 나는 남의 결혼 걱정 따위 해줄 상황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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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때문에, 평소 거의 오지 않는 동네에 왔다.
이 동네는 10여년 전 우리가 대학을 다닌 그 동네다.
구질구질하고 사람이 미어터지고 젊은 애들로 득실거리고 주차 할 곳은 없다.
여전한 건 여전한.
대학생들을 보는 것 만큼 내 늙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는 게 없다.
얼마 전에 있었던 것같은데, 또 한편으로는 정말 먼 옛날의 기억들.
그때 있던 식당들, 카페들이, 살아 남은 게 거의 없다.
고작해야 kfc 나 subway 같은 체인들.
다시 그떄로 돌아갈수 있다면, 몇가지는 다르게 했을텐데.
그런 망상이 잠시 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