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3. 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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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했다.

약 2년만의 이사인데, 어찌 이리 힘든지. 정말 고생이었다.

나한테도 이런데 나이 지긋 드신 부모님, 날 도와주러 오신다고 오셔서 정말 개고생 하셨다.

나야 매일 일을 나가고, 딱 이사 하는 당일만 쉬고 이사를 했지만 

두분은 며칠간 거의 일주일 내내 혹사.

차라리 저번 이사 처럼 도시에서 도시로 하는 긴 이사는 하루에 모든걸 끝내서 좀 덜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한 동네에서 옆 동네로 이사를 하려니 매일 조금씩 나르는게 더 고통스러움.

그리고 뭔 짐이 이렇게 늘었나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버려야 할건 더 많이 버려야 하는데...

결국 책상과 책상의자는 구입하고 말았다.

쓰던 식탁과 작은 커피테이블, 그리고 침대 하나는 정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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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온 곳은 아파트촌이다 말그대로.

창가 밖에 보이는건 수십개의 아파트들, 거기서 나오는 불빛들.

베란다에 걸어놓은 빨래들, 후줄근한 포즈로 거기에 나와 있는 동네주민들.

이상하다.

한국같다 꼭.

개 짖는 소리, 매일 하루 한번씩은 들리는 누구 집 스모크 알람 나가는 소리, 수다 떠는 소리.

그냥 5-10분거리에 쇼핑몰이 있고, 한국 식품점 큰게 있고, 식당가들이 있고, 전철역이 있는, 무척 편리하다면 편리한 곳이지만

여튼 생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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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하나가 더 늘어, 부모님이 오셔도 서로 각자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장점이다.

그래도 서로 부닥치는건 여전.

오늘도 작은 싸움 비슷한게 있었고 아버지는 토라지셨다.

나이 70이 되서도 토라지는건, 귀엽다고 해야 하나 안스러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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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 좀 놀아 드리려고 다음주는 휴가를 며칠 냈다.

엄마는 내 이사일 하느라 고생만 빡세게 하고 며칠후 쇼핑센터에서 걸어다니다가 넘어져 발목 작은 뼈를 미세하긴 해도 골절.

게다가 내가 그 주말은 콘퍼런스로 다른 도시에 가 있었을 때 이런 일이 생겨 

더더욱 미안한 마음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미안한 마음은 더 커지겠지.

왜 그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