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2. 1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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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내 집에 오면 

그 순간 부터 내 우주의 태양은 나에서 그녀가 된다.

나는 그저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달 정도.

내 삶의 1인자는 그녀.

이것이 어머니가 내게 주는 정신적 압박.

그녀가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나, 

'어른'이 된지 오래된, 나이 꽉찬 내게 너무 많은 자신의 의견들을 다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건

정말 피곤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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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까미에게 질문을 보냈다.

사실은 그 순간은 너무 흥분(?)해서 깊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금 생각해보면 좀 구린 질문을 했다.

아직 그는 답하지 않았고, 내가 생각해도 질문이 너무 구려서 답할 것같지도 않다. 

그래도 그의 답 페이지들을 쭉 읽어본다.

일어를 번역하기는 귀찮고, 가끔씩 들어가 있는 영문 질문들을 골라 읽는다.

그냥, 왠지 가까워 지는 거같고, 그의 머리속을 조금이나마 더 볼 수 있는 거같은 착각에.

나는, 글 쓰는 사람이 좋다.

친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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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직장에 대한 혐오감이 최고도로 치닫을 무렵,

다른 직종을 막 머리 안에서 만이라도 고민할 때

실로 마땅한 걸 찾지 못했다.

요 근래 티비에 군 광고가 나온다.

1년간만이라도 와보세요, 좋은 기회일겁니다, 라는 프로모션.

그래? 몇분 몇초라도 생각해 봤다.

군인, 이라.

좀 뜬금없지만, 그래도.

1년만이라도, 어딘가에, 사라진다면.

머나먼 오지에 봉사라도 다녀올수있다면.

딱히 내 손으로 할 수 있는게 많지는 않지만.

이런 일상속을 일탈하고 '머리를 비우는', 몸을 혹사하는, 그런 경험에 조금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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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는 구분해야 한다는 건 내게도 철칙.

친구와 같은 곳에서 일하는 건 고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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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것,

그러나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것.

이것도 발란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