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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그렇게 주말을 집에만 방콕했다.
더위를 먹은 느낌이었다. 창문을 아무리 열어놔도 전혀 시원하지가 않아 선풍기를 틀었다가 에어콘을 틀었다가 하며, 딱 적당한 온도가 잘 맞춰지지 않아 몸이 매우 찌뿌둥하고, 왜 '불쾌지수'라는 말이 생겼는지 알거같은,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토요일은 완전히 게으름의 경지를 걷고, 음식도 먹지 말아야 할걸 이빠이 먹어댔고, 한 일은 크레딧카드비를 낸거 (그것도 일이냐) 밖에 없었다.
소파에서 딩굴다가, 침대에서 딩굴다가... 자신이 정말 싫어질 정도.
그나마 오늘은 빨래를 돌리고 짐을 조금씩 풀기 시작했고 슈퍼를 봤다. 나쁜 음식은 사지 않고, 계란, 야채, 반찬 이런 것들만 잔뜩 사왔다.
아점으로는 밥을 해 먹고, 점저로는 월남쌈을 해 먹었다. 고기도 안 넣고, 그냥 두부랑 야채만 넣고. 건강해지는 것같은 환상.
거의 이열치열이라는 느낌으로 목욕을 하기로 마음먹고 물을 틀었다. 뇌에서 피가 피부로 내려와 정신이 혼미해 질때까지 그렇게 반신욕을 하고
차가운 검은 콩 두유를 마신다. 한국 두유는 왜 이리 맛있는거지?? 설탕이 많이 들어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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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가를 보았다.
요즘에는 하도 늙은이가 되서 그런지, 예전보다 더 아무것도 아닌거에 눈물이 핑!하는데, 역시 또 그랬다.
여튼, 이번주 공연중 가장 멋있었고 기억남은건 엄정화와 지뉴션의 무대.
엄정화의 농염함은 전혀 천박하지 않고 우아하기까지 했다. '한국의 마돈나'는 무슨; 그녀는 마돈나보다 훨씬 더 곱게 늙는 듯.
매력이 넘치는 여성이다.
지누션은 얼굴은 좀 더 늙었지만, 노래 자체들도 그렇고 딱히 촌스러워보이거나 '옛날사람'같지 않았다.
김건모의 목소리는 예전과 너무 똑같아 놀랐고.
그리고 오랜만에 서는데 무대를 열심히 하는 쿨이나 터보에도 약간의 감동?
우리는 93년에 이민을 왔기 때문에 나오는 노래의 대부분은 멜로디쯤은 알지만 아주 가깝게 느껴지지는 않는데,
그래도 한국에 있었으면 가사 하나 하나 다 외웠을 만큼 '내 세대'인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