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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는 무덥다. 바람도 많이 불지 않고. 꼭 한국 여름같다.
평소 뉴질랜드 날씨에 대해 맨날 불평했었는데, 이번 연말연시 일주일간 휴가 가 있을 동안은 정말 믿기지 않을정도로 아주 사랑스러운 그런 날씨였다.
최고 온도 24도를 넘지 않고, 바람은 시원하고, 해는 쨍 나고, 구름이 문득 문득 있는. 정말 기분 좋은 그런 날씨였고, 이제는 그것이 그립다.
그런 온도때문에 창문을 열고 자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렇게 바람을 맞으며 자면 잠이 좀 푹 깊이 든다.
오늘 아침도 뭔가 좋은 꿈을 꿨다. 좋아하는 친척들 여러명에 둘러 싸여 그들 중 막내로서 사랑을 막 받는, 어렸을때의 그런 기억들같던 꿈.
가족이 그리웠나보다. 아니, 일주일간 엄마아버지 그리고 오빠 내외들에 둘려 쌓여 좀 좋았나보다.
홀로 됨은 좋으면서도, 가슴아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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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짧은 휴가였는데도 다시 일로 돌아가려니 마음이 아프다.
나는 일에 알러지가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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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우니까, 냉방이 빵빵 나오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싶다.
그런데 보고 싶은 게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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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좀 운이 좋은지 모르겠다.
다시 돌아오는 길, 보딩하려고 서있는데 보딩파스를 기계에 넣으니 삑 소리가 나더니 무슨 문제가 있다면서 저 쪽으로 가라그러길래
아이 이건 또 뭔가 하고 짜증이 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비지니스석으로 바꿔드렸습니다' 이러는 게 아닌가.
영문 모르고 그냥 고맙다고 하고 비지니스클라스전용 입구로 들어갔다. 나만 그렇게 업그레이드 된거 같지는 않고, 아마 비행기를 오버부킹해서, 몇몇을 업그레이드 시킬수 밖에 없는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역시 에미레츠는 좋았다. 이제껏 비지니스 타본거라고는 한국에 가는 아시아나 항공 뿐이었고, 그 비행기는 솔직히 매우 구형에, 비지니스라도 좀 후진 편에 속한다는게 느껴졌었는데 이건 좀 제대로였다. 비행 시간이 겨우 3시간반이라는 안타까웠다.
누구도 가까이 없이, 다리를 쭉 펼치고 맛있는 목테일을 마시면서 portlandia를 보며 시간을 잘 보냈다.
그런 운좋은 일이 1월1일날 있었으니, 2015는 좀 좋은 한 해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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