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 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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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요새 기차마다 'quiet carriage' 라고 써붙여 놓은 칸이 한두개 있다.

이 칸에 앉으면 전화를 진동으로 해 놓고, 대화를 삼가하고, 이어폰 볼륨도 줄여 주세요, 라고까지 자세하게 써있다.

그러나 그런 칸을 찾아 앉는다고 해도,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규칙을 존중해 줄거라는 기대는 사실 하지 않는다.

오늘 놀라운 모습을 봤다.

어느 역에서 아주 에너제틱해보이는 두 젊은 남녀가 (십대 후반이나 기껏해야 이십대초반 됬을까) 타서 아주 시끌벅적하게 서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 또 귀 아프게 내 이어폰 볼륨을 높여야 겠군 하고 한숨 푹 쉬고 있었는데

몇분 지나자 갑자기 쟤네들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젊은 백인 여자애가 뭐라고 그들에게 말한다.

여긴 조용해야 하니까 딴데 가라고 아주 젠틀하게 말했나보다.

둘은 곧 사라졌다.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바른 말을 한 그 젊은 여자 (사실 얘도 많아봐야 이십대 초중반?) 가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나는 절대 못하는걸. 전혀 움찔하지 않고. 아 멋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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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처음 일하는 곳에 기차/버스를 갈아타고 등등 해서 거의 2시간을 차에서 보내며 출근했다.

멀리 갔으나 좋은 점은, 거의 누구도 날 방해하지 않았다는 거고, 나는 그냥 리포팅하는거에만 집중하면 됬다는 것.

점심을 따러 사러가기 귀찮아 비상식품으로 가져간 헤이즐넛초코렛으로 대신했다.

완전 인터넷 먹통인 평소 일하는 병원과는 달리 인터넷도 대충 잘 터지는 것도 맘에 들고.

출퇴근은 확실히 좀 불편하고 길지만

그 시간을 좀 생산적으로 쓸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