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차를 오랜 시간 탔다.
한시간쯤,?
도심을 떠나 나무와 산, 물이 있는 곳으로 나가는 그 길이 좋았다.
(비록 기차는 좀 꽉 찬 편이었고, 그래서 옆에는 노인 특유의 냄새가 조금은 나는 백발 할아버지 옆에 앉아 그의 감자칩 어그적 어그적 드시는 소리와 냄새를 맡아야 했지만)
면접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은 새까맣게 변했지만 낭만은 오히려 더했다.
음악, 방금 연속으로 마신 두잔의 커피, 면접을 마친데서 오는 아드레날린 러시까지 다 합쳐져서, 잠이 오기는 커녕 너무나 말똥말똥해서
별의별 생각들이 머리속을 훽훽 지나갔다.
#
기차는 내가 좋아하는 공중교통.
버스처럼 흔들리거나 시도때도 없이 가다 말다 하지도 않고,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대부분은 앉을 자리가 있고,
냉/온방도 버스보다 낫고, 그냥 큰 창가 밖의 세상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택시를 타면 항상 돈이 얼마나 나올가 조바심에 확실히 마음을 놓지 못하는데 그럴 걱정도 없고.
무엇보다, 아직까지 기차에 대한 환상이 조금 남아 있는것같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들에서 본 만남들과 같은
운명적인(!) 만남에 대한.
매우 냉소적인 사람인것같아도 가끔 나는 심히 허황된 꿈을 꾸는 때가 있다.
#
인터뷰는 나쁘지 않았다.
병원도 지방 병원치고는 꽤 새로 지은 병원에, 사람들도 친절한 인상들.
과연 이 곳에서 일하게 될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방문이었는데, 약간 때묻은 순간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어떤 젊은 여자애가 그 특유의 담배 + 술 + 씻지않음 의 믹스된 향내를 풍기며 내 바로 옆에 앉은 순간이었다.
좀 건전치 않은 동네라는 얘기를 들은 터라 그 순간은 특히 큰 인상을 남겼다.
#
우선은, 안도의 한숨 비슷한 걸 쉬고, 오늘 밤은 그렇게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