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 1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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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잃어버릴것, 곧 떠날곳에 대한 마음이 갑자기 바뀌는건 어쩌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

첫 몇개월은 참 외롭기도 했고 부서의 사람들에 특히 적응하지 못해 굉장히 불행한 티를 냈다고들 하는데

요 몇달 아니 몇주 안에서도 사람들과 그만큼 편해졌고 크게 웃으며 농담을 나눌수 있고

심지어는 날 놀리는 보스의 팔을 약 60% 강도로 때릴수 있을만큼 벽이 좀 허물어졌는데

이제는 떠날 날이 온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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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새로운 시작,

물론 내가 4년간이나 있었던 병원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새로운 신분으로,

훈련받던 입장에서 훈련하는 입장으로

어깨에 조금 힘이 들어가야 하고

내 입과 손마디에서 나오는 단어들에는 그만큼 무게가 실리고

그 어느떄보다 자신만만하게 조금의 의심의 여지도 없다는 식으로 말해야 하는

그런 새로운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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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 떼려는건지

그나마 이제까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해왔던 동양인보스는

오늘 내게 상처주는 말을 여러개 했다.

싱가폴/말레이시아인 특유의 거침없이 솔직하고 배려심같은건 없는 식대로.

내가 물론 그런말을 들을만한 행동 또는 말주변을 보였기에 이해가 아주 안되는건 아니지만

상대방의 마음도 조금은 생각해줄수 있는거 아닌가.

그렇게 매몰차고 잔인한 단어 선택을 할 필요가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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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는 일 말고, 니가 하고 싶은 거 아무거나 해도 되고, 또 니가 그 방면에서 엄청 성공적일 수 있다고 가장했을때, 뭘 하고 싶어?'

라고 그가 물었을때

나는 큰 고민없이 '작가'라 했다.

그 사람은, '너랑 나는 같은 사람인가봐!' 라며

자기도 그렇다고 맞장구 쳤다.

나는 예전부터 사실 감지하고 있었다고 - 분명 당신과 나는 뭔가 코드가 맞을거라는것.

이제까지는 맨날 환타지소설이나 싸이파이나 그런 쪽 얘기만 해와서 아 내가 잘못 짚었나 했지만

그와 나의 음악 취향은 비슷하고 꿈꾸는 것도 많이 다르지 않다는 걸, 이제서야 알아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무척 반가웠다.

... 친구하고 싶은 사람.

머리 좋은 괴짜, 좀 이상한 사람, 친구하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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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박스를 열었다.

책들과 디비디들로 우선 채운다.

이렇게 다시 짐을 싸기 시작.

내일은 38도를 달린다던데, 벌써 시작인가. 새벽 한시반인데 무지 덥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