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13. 23:56








#

안 그래도 더운데

랩탑이 엄청 뜨겁다.

이 맥북도 생이 다하나 벌써.

수명이 참 짧구나.

배터리도 엄청 빨리 죽고.

내가 너무 부려먹었나.




#

짧은 시간 안에 두개의 '실수' 때문에 기분이 잡쳤던 오후,

이 병원으로 온 올해 처음으로 눈에 눈물을 머금을 만큼 감정이 올라왔다.

다행히 남에게 그 모습을 보이진 않았지만

우울함은 얼굴에 드러났던 모양이다.

모르는게 맘 편하다는 건 맞는것이지만

알아야 자각해야 뉘우칠 수 있고 배울수 있고 발전할수 있다.




#

머리를 짧게 짤랐다.

겨우 묶이는 단발이 되었다.

4년 전, 1년차 시험을 끝내고 한번 이렇게 짧게 간 적이 있었지.

그 후로 처음.

셀카를 찍어도 눈에 띄게 보이던 새치가 아주 맘에 들지 않아

염색이나 할까 하고 미용실에 갔는데,

그날이 하필 매우 무더웠던 날이어서

좀 길었던 머리가 안 그래도 거추장스러웠었고

충동적으로, '짧게 해 주세요' 라고 말해버렸다.

처음엔 이질감이 들었지만, 요 며칠간 좀 적응이 되어 맘에 든다.

필요치 않은것들은 다 바뚝 바뚝 잘라버리자.




#

대학때 그리고 그후로도 몇년 연애에 영 운이 없던 친구 녀석이 지난 주 결혼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그애가 어렸을때 그렇게 짝사랑만 하고 퇴짜맞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맘에 품었던 여성들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품성을 가진 것같은 여자아이 (!이제막 대학 졸업한)를 만나

그 누구보다 결혼 잘 한거같아 뿌듯했다.

아버지를 희귀한 디멘치아로 잃고, 가족 관계가 여러모로 막장드라마처럼 변해갔고, 그런 와중에도 의사일을 그만두고 신학교에 들어가더니

그의 삶도 좀 피는 듯.

어릴때 월반을 해서 나보다 2살은 어린 놈, 조금 어린 티를 내던, 감정기복이 너무 심했던, 우리 친구또래들이 다 그렇듯 꽤나 씨니칼했던 걔가

너무나 순수하고 진지하고 꿈가득한 맑은 눈을 가진 여자 아이, 그것도 그를 끔찍히 사랑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그런 여자 아이와 결혼하다니,

이건 우리에게도 희망을 주는 일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