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8. 14. 20:48







주일날 저녁부터 우울했다.

티비도 인터넷도 다 재미가 없었고

그냥 어떤 자극도 - 어떤 소리도, 어떤 빛도 - 받고 싶지 않았고

그냥 그렇게 침대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월요일은 내가 해야 할 MDM 미팅이 세개나 있어 그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되는 중요한 하루,

그래서 스트레스도 가장 많이 받는 요일중 하나.

평소보다 삼십분에서 한시간은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 스트레스에

이날은 깨기는 일찍 깼는데 아주 슬픈 마음으로 깼다.

깨자마자 입과 머리에서 나온 말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거의 '살려주세요'와 같은 말들이었다.



결국 병원에서 겨우 겨우 살아남았으나

화요일의 로스터를 보고 또 좌절했던건

게으르고 히스테리가 심한 보스와 반나절을 보내야 한다는...



그래서 나는 오늘 도피했다.

남의 시선을 받아도 의심을 받아도 개의치 못하겠다.

내 건강이, 내 마음의 건강이 더 중요하니까.



갑작스럽게 유산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지 벌써 3-4개월이 지났는데

어제서야 대체 어느 정도의 유산인지 알게되었고

생각보다 많았기에,

아 영화나 소설에서 보기만 했던 시나리오네, 그럴때 느낌이 이런거구나 하고 느꼈다.

간사한 마음이란게 얼마아닐거라고 생각했을때는 부모님한테 그냥 가지세요 했었는데

액수가 예상외로 상당하니까 음, 다 드리기에는 좀 그렇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와도 보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돈을 벌었음 좋겠다.

예를 들어 메디칼 타이피스트라던가

아 간밤에 오피스 청소같은거라던가

장례식 일이라던가

morgue 에서라던가

왜 이제서야 이런 직업 적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거냐고...

곧 보스가 되면 나도 혼자 어두운 구석에서 일할수도 있을거 아니냐고...

대충 위로해보지만

일과 내 마음의 건강은 맞지 않다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