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1. 23. 20:23
생일이란 별거 아닌 그냥 365일 중 하루일 뿐, 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삼십이라는 건 아무래도 조금 복잡하게 만드는 숫자.
그 전날 당직으로, 차가 없어 (아직도 고치고 있는중) 병원에서 잠을 잤고
낯선 침대라 그런지 평소보다 한시간은 일찍 깨서
병원 카페에 들어가 유희열 라천을 들으며 히죽거리며 조금 거한 아침을 (베이컨 + 에그 롤 그리고 몇주/몇달 만의 모카!) 먹으며 시작된 하루.
이 병원에서 일한지 4년이 다 되가는데 이때까지 한번도 직장에서 누군가에게 생일 축하를 받은 적이 없는데
올해는 그것이 페북덕분인지 사람들이 다 알게 되서 가는곳마다 축하 받고
맛있는 리코타 치즈 케익도 먹고
컵케익도 받고
카드같은 것도!...
약간 감동/뭉클.
애들은 나가서 뭐 술이라도 먹었냐고 묻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저녁은 정말 좋은 영화를 보며 맛난걸 먹는 그런 저녁.
한국 영화 '걸프렌즈' - 뭐 딱히 좋은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냥 아주 가벼운 chick flick - 를 보고는 달달한 잠을 잤다.
친구들과 만나는건 내일과 모레.
아주 유명하고 좀 심히 고급인 레스토랑에 가서 8-course degustation 을 할 계획.
우우우 기대된다...!!!!!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야' 라고 말하던 스무살짜리 내게
아주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지금은 그런말 하지만 너도 내 나이 되면 그런 말 안나올걸!' 하고 흥! 해대던 언니가 생각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너무 괴로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건 연애 혹은 결혼 혹은 가정 이런것들에 대해서는 내가 어릴때부터 기대하거나 계획했던 것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