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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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배탈로 금요일 밤은 녹초가 되었다.
한주의 회포를 풀자고 나오라고 하는 친구에게 미안하다 문자하고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거의 탈진 상태인데다 뜨거운 샤워로 인한 vasodilation 때문인지 뇌에서 피가 다 빠져
헤롱헤롱 거리며 설친 밤이었다.
오늘은 그래서 하루의 대부분을 침대 안에서 보냈고
이제는 좀 나아진듯.
내일 당직인게 슬프고
11시간 주일을 병원에서 보낸 후 또 그 바로 다음날 월요일로 돌아간다는게 더욱 슬프지만
이번 2주는 주말 당직이 이틀이나 되니 평소보다 나은 봉급이 나올 생각으로나마
나 자신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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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버튼과 조니뎁의 또 한번의 콜라보레이션인 영화 dark shadows 를 보았다.
이곳에 온 이후로 처음 영화관에 간 것인데,
솔직히 좀 실망 스러웠다.
좋아하는 팀버튼 영화에서 느껴지는 그 상상력에 대한 진기함, 어린이가 세상에서 처음 보는 걸 볼때 느껴지는 그런 마음이 거의 들지 않았던건, 원래 있던 티비 드라마원작에서 비롯된거라 그런지, 어쨌든 그리 새롭지도 그리 기이하지도 않았고 딱히 재미도 없는 편이었다.
안타깝게도.
건축학개론을 봤다.
뻔한거같기도 하지만
집을 짓는 것, 바다 앞의 집, 전람회, 잔잔한 일본 영화 혹은 한국 영화 클래식 같은 걸 보는 느낌에 따뜻하고 좋았다.
배수지의 캐릭터가 술에 취해 선배의 부추김을 받으며 방에 들어가는걸 보고 왜 그녀가 쌍년이 되야 되는건지는 아무래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때 여자가 나쁜 사람 되는건가보다.
당연한 성범죄이고 그건 남자의 잘못인데...
뭐 그런 포인트는 좀 마음에 걸렸지만,
두 메인 캐릭터들이 친해지는 과정의 귀여움이 좋았고
그리고 결말도 나쁘지 않았던거같다.
조금 현실적인게 오히려 더 신선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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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울고 싶지만,
그냥 몇주뒤 시드니로 놀러갈 생각,
사랑하는 친구들과 한없이 놀 생각으로 위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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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긴 잠을 자며
꿈을 꾸었다.
집에서 가족과 아웅다웅 싸우기도 하지만 그들과 함께 있던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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