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내는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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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아주 아주 오랜만에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냈다.
지난 약 5년간 기록만 봐도 (블로그만 보면 알수 있다)
당직 아니면 가족과 함께였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혼자.
사실 크리스마스에 서양 사람들처럼 크게 파티를 하는 문화가 아니기에,
가족과 있어도 우리는 그냥 교회를 다녀오고 서로 덕담하고 참 의미는 예수님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크게 다름이 없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혼자 있음은 좀 이상했다.
가장 친한 친구는 오늘 당직을 섰고,
두번째로 친한 친구는 외국으로 휄로우쉽을 하러 떠난지 이제 일주일이 덜 됐다.
나머지 친구들은 다 뭐랄까 2급?
내게는 가장 친한, 가장 친밀하게 느끼는 세명이 있고
그 다음으로 일년에 서너번 보면 많이 보는, 그래도 만날 때마다 좋고, 더 봤음 좋겠지만 그들은 다 삶이 너무 달라 자주 보지 못하는, 서너명이 있고
그 다음으로는 정말 보게 되면 보는 '나머지들'.
여튼 그렇게 혼자 보냈다.
어제는 (크리스마스 이브) 남들 반나절 일하는데 나는 풀로 일했고,
그래서 좀 푹 쉬어도 되는데
요즘 항상 그렇듯 6시 조금 넘어 또 눈이 떠졌다.
집안을 청소하고
이불 빨래를 하고
쿠키를 구웠다.
지난 번 집에 갔을때 써먹었던 레시피를 또 리사이클.
때가 때인지라, 남들은 다들 서양 사람들 다운 멋드러진 케익 이나 파블로바 나 트라이플 만들때
나는 할 줄 아는 게 이것정도 밖에 없는지라 쿠키를 구웠다.
크리스마스면 모든 상점들이 쉬기 때문에 어제 퇴근후 수퍼에 들러 재료들을 몇가지 사와서
좋은 초코렛 (린트 85% 다크) 과 호두를 으깨 넣은 초코칩쿠키.
지난 번에 했던 것보다 더 완성도 높은 성공!
먹음직스러운 때깔, 그리고 부드러운 속.
아주 만족.
24개를 굽고,
내일 선배 가족과 만나기로 했는데, 그녀에게 몇개 주고, 또 다음날 만나기로 한 베프에게 몇개를 돌려야겠다.
아예 하는김에 한 배치 더 만들까?
피로가 몰려왔다, 그까짓거 했다고.
오후에는 긴 낮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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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이 다들 북클럽에서 침마르고 칭찬하던 책,
'a little life'
를 읽고 있다.
이제 거의 끝에 다다랐다.
정말 읽기 힘든 곳은 힘들었고
가슴이 막 아파와서 아이패드를 팍 닫아야 했고,
가끔은 너무 아름답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곳들이라 또 즐거웠고
그런 책이었다.
끝이 나야 하는데, 끝이 아니었음 좋겠다 생각드는, 그런 책.
그리고 우정에 대해,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
그렇게 끈끈하고, 깊은 우정이란 무엇인가.
이런 인간관계가 내게는 있는가.
사실 너무 오랫동안 혼자였던 나라는 사람 - 그것이 가족으로부터 독립한 기간이라던가, 독거한 시간이라던가, 애인의 무존재함, 이 모든것 다 -
과연 그런 모든걸 주고 헌신할 수 있는 관계를 찾을 수 있을까,...
조금 고뇌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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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삶에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이들은
트위터 친구들이다.
그것도 나이차 한참 나는.
좀 창피해야 하나.
근데, 코드가 맞는건 어떡할수 없다.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일,
그리고 그런 사람이 똑같이 나와 계속 얘기하고 싶어하는 일, 그 관계를 나만큼 즐기는 일,
그건 더더욱 흔치 않은 일.
그래서 계속 되고 있다.
우리는,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