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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양을 보았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7. 1. 22:38






그녀는, 과묵하고 단아한 그녀.



지난 번 한국에 갔을때는 친척언니가 신청해줘서, 그냥 운으로 트램폴린의 공연을 봤었는데,

이번에는 내 손으로 신청해 EBS 스페이스공감 한희정양의 공연에 당첨이 되는 기염을!.



비가 부슬 부슬 오던 날,

콘퍼런스가 끝나 긴장이 풀린 날이었지만

짐은 큰아버지 집에 풀어놓고

여유롭게 강남으로 다시 향했다.


영화는 많이 혼자 봐서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공연을 혼자 보는건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도 잠시나마 들고

그렇게 혼자 뻘쭘 앉은게 방송되면 더 웃기는 거 아니야? 라는 기우까지...

그나저나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서울에 나를 아는 사람은 지극히 작은 숫자니까.


결국은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 누군가 내 옆자리가 빈 걸 노렸는지 성큼 성큼 내려와 앉아,

꼭 친구끼리 앉은 것처럼 시늉은 난 것같다.



그녀는,

역시 기대이상이었다.

아름다운 목소리 청아하면서도 무시무시하기도 한.

굉장히 플랫할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무대 '매너'도 그정도면 배려 있고, 노력을 하는 모습...

얼굴의 오목조목 생김새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얼핏 보이는 건 수수한 약간은 텅빈 캔버스 같은 얼굴 - 가끔씩 오디언스를 보며 활짝 웃던 모습 -

그리고 마른 몸에 긴 검은 프린트 원피스는 청초하고 멋지고 아주 어울렸다.



나는 그녀의 새 앨범 '날마다 타인'은 없는데

몇곡 아주 마음에 들었다.

평소 그녀의 노래중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무소음'이 특히나 인상 깊었던.

'입맞춤, 입술의 춤'도 이번에 아마 처음 들은 곡인데 역시 굳.




서울에 살았다면

자주 보러 갈텐데.

아무래도 나는 내성적 동양인이기에,

이렇게 너무 크게 자유분방하게 퍼지지 않는 환경에서 음악을 즐기는게 더 맘 편하다.

여기서는 좋아하는 밴드를 보러 작은 공연을 보러 가고 싶어도,

공연 내내 일어나서 흔드는게 지극히 정상이고 그러지 않는 사람은 완전 흥깨는 놈으로 인식되기에, 그러기 좀 저질체력/사람눈의식이 심한 나같은 사람에게는 꺼려짐.




하여간

단아하고 과묵한 그녀,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