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ing, it's a tragicomedy.

오늘은 교회를 다녀와 점심을 먹고는, 오후 두시 쯤 침대로 들어가 거의 7시가 넘을때까지 깊은 잠을 잤다.

왜 그리 피곤했는지. 어제 너무 신경을 썼던걸까?

한달만에 그 사람을 만났다. 메세지로만 계속 소통하다가, 다시 어색거북한 만남. 처음으로 같이 밥을 먹는 날. 소담을 나누다가, 그 사람이 말했다 - 온라인에서는 깊은 얘기도 잘 되는데 왜 얼굴보고는 그렇지 않다고. 나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가리고 그런 말에 뭐라고 답하야 할지 머리안이 혼란했다. 나는 노력하고 있는데, 그 쪽은 과연 노력하고 있는 걸까? 대화는 두 사람이 나누는 거 아닌가. 

'좋다' 라는 두리뭉실한 말 한마디를 나는 믿을수가 없다. 대체 나를 얼마나 안다고 나를 좋아할 수 있는건지. 책임없는 그런 말은 싫다. 좋아하는게 내 눈에 보였으면 좋겠는데, 보이지가 않고, 보여주지 않으려 오히려 힘쓰는것같다. 

남남이라, 인성도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화를 어떻게 푸는지, 어떤 이상한 면을 숨기고 있는지, 알수가 없다. 게으른지, 마음이 바다처럼 넓은지 아니면 좀생이인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내게 꽃을 주는 사람들은 다 어이없는 꽃들만 준다. 누구는 카네이션을 주더니 어제는 국화. 국화라니, 장례식이 먼저 생각났다. 꽃 이름보다 먼저 생각난건 장례식. 그것도 꽃이라고 받으면서 기쁜 척을 해야 했다. 장미는 아니라도 백합 정도 아이리스 정도 아니 차라리 예쁜 들꽃도 있는데. 가장 싸고 볼품 없는 꽃을 받는 마음은, 짝퉁 핸드백을 받는 느낌. 차라리 주질 말라고. 

더더욱 웃긴 해프닝은 끝에 일어났다. 시내에서 만났는데, 나는 기차를 타고 갔고, 그애는 의외로 차를 가지고 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오 얘 나 집에 데려주려나 하고 잠깐 기대를 했다. 서로 어디 사는 지 알고, 내 집은 걔 집에 가는 길에 있는 편. 그런데 딱 헤어질때 이러는 거다 - 기차역까지 걸어데려다 줄게. 얼굴에 티는 못 냈지만 정말 속안에서는 응?!!? 정말 나를 싫어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허무한 작별을 하고 기차역으로 들어가니 내 다음기차는 15분이나 후에 온다고 하고, 나는 너무 웃겨서 농담으로 그 놈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그게 자기의 원래 계획이었다나 정신이 없어 긴장해서 묻지 않았다나 궁시렁 변명/설명을 했다. 코메디인지 비극인지 알 수 없는 사람. 

더 이상 만나야 할지 계속 이 이상한 알 수 없는 관계를 지속해가야 할지 어쩔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좋은 사람과 건강하고 솔직하고 순수한 만남을 갖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