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 또.




"나는 숙제가 싫어요"


(어릴때 보던 만화가 생각나는군. '나는 콩사탕이 싫어요 -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정작 학교다닐때는 한번도 느끼지 않았던 감정을 오늘은 왜 이리 뼈아프게 느끼는지.
하여간 스물여덞의 나이에도 숙제 비스므리한걸 하고 있다는게 좀 짜증이 나는거다.
보스들을 앞에 앉혀놓고 내가 읽어온 저널 아티클을 요약해서 발표하는거라...
그냥 나는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
(아니 사실 일도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해야 한다면 일은 그나마 하겠다)
뭐 이리 많은 장애물 코스를 하는 마냥, 서커스 동물이 후프를 뛰어넘는 냥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일들은 하기 싫은 것뿐.




주말에는 잠병이 걸린것처럼
옛날에 읽은 앨리스 호프만의 책의 여주인공처럼
하루 24시간 중 거의 20시간은 잔거같다.
물론 그 전날 당직을 뛴것도 있고,
그 전주 주말 없이 강의만 잔뜩 들어 2주만의 휴일이었던 것도 있고
뭐 그랬지만 아무래도 좀 비정상인.
충전이 된건지 더더욱 피곤해진건지,
오늘은 조금 멍했다.
항상 나를 긴장케 만드는 중년 여성 보스와 하루를 보냈고
조금 쉬엄쉬엄해지려니까 내게 '저 책 저 챕터를 읽어' (아직도 이걸 모르니 니 레벨에! 라는 언더톤이 깊이 밖힌) 라는 말에 다시 긴장 바짝하고.
쉬운 날은 없다.
보스가 되는 날만 고대하고는 있지만
그 곳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왜 이리 많은거냐.




대체 왜 언제부터 이렇게 나는 골골하고 게으른 인간이 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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